현대·기아차 중국공장 가동중단
국내공장은 노조측 철통 방어에
노동 개혁·시장 재편 논의 못해
되레 ‘고강도 정규직 투쟁’ 예고
르노삼성·한국지엠도 잇단 부진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중국 시장 부진 등 수요감소와 미래차 개발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업계는 나홀로 ‘무풍지대’가 되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한국 노동시장 개혁의 절실함을 주장했지만, 자동차 노조들은 올해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지난해 문을 닫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기아차도 중국 옌청 1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상황이지만 국내공장은 노조의 철통방어에 막혀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정규직 방어’를 주요 투쟁 목표로 삼았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가 1만7500명 발생하는데 회사는 촉탁직으로 공장을 채우고 있다”면서 “올해 이에 대한 투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차 중심의 급속한 시장 재편에 대비한 논의도 노조의 벽에 막혀 있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전기차 생산 비중이 25%에 달하면 현대차 근로자 수가 2800여 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기간 끌어온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된 르노삼성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르노삼성 노조는 오히려 공장 인원 200명 증원에 생산라인 속도를 늦추고, 인력을 전환 배치하거나 추가로 투입할 때 노조합의를 요구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르노삼성은 시설 대비 국내 판매비율이 급격하게 줄면서 더이상 국내에서 생산할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고정비 감소를 위한 인적 자원 축소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81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한국지엠 부평 공장은 주력 생산차종 말리부의 부진으로 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판매부진에 따라 이달부터 부평 2공장의 시간당생산대수(JPH)를 30대에서 20대로 낮추는 잡다운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검토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경차 판매 부진으로 낮은 가동률을 보이는 창원 공장은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의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도 나와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지난 1월과 2월 브랜드 전체 판매량은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월간 판매량보다 적을 정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수익성 하락과 경기사이클에 따른 감축경영, 미래차로 구조개편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한국은 노조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고, 미래차 분야 대비도 현대차만 주도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방승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