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하원, 정부 제출 연기案 가결
20일 합의안 세번째 표결 부쳐
통과되면 3개월 뒤 ‘브렉시트’
부결땐 그 이후로 시한 더 연기

제2 국민투표 실시案은 부결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예정된 3월 29일에서 일단 6월 30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브렉시트를 불과 2주 앞두고 전격적으로 연기 결정을 하면서 브렉시트 자체를 재검토하는 제2 국민투표는 거부했다.

14일 일간 가디언,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제출한 정부의 브렉시트 시행 연기 안건을 찬성 412표 대 반대 202표로 배 이상인 210표 차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점이 3개월 늘어났다. 정부안은 오는 20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을 세 번째 표결에 부쳐 통과되면 리스본조약 제50조를 연장해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늦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이보다 오래 연기한다는 내용이다.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려면 EU 27개국의 동의를 만장일치로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탈퇴규정인 리스본조약 50조는 발동 2년 뒤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브렉시트 관련해서는 지난 2017년 3월 29일 발동돼 오는 29일이 2년째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2∼3개월 정도 연장하겠다고 하면 쉽게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추가연기는 불확실하다. 오는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출되는 차기 의회 임기가 7월 초 시작되는 만큼 6월 30일이 브렉시트의 마지노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브렉시트가 7월 이후로 연기될 경우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 역시 최근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메이 총리는 조만간 EU에 브렉시트 연기의 정당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전망이다.

이날 보수당에서 탈당한 세라 울러스턴 의원이 제안한 제2 국민투표 안은 찬성 85표 대 반대 334표, 249표 차로 부결됐다. 노동당이 브렉시트 자체를 재검토하는 제2 국민투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기권표를 제출하라고 요구, 202명이 기권했다. 사실상 제2 국민투표의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과반의 지지를 받을 만한 새로운 브렉시트 안을 찾기 위해 리스본조약 제50조를 연장하자고 제출한 수정안도 찬성 302표 대 반대 318표로 부결됐다. 같은 당 소속 힐러리 벤 의원이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만한 브렉시트 안을 찾을 때까지 ‘의향 투표(indicative vote)’를 하자고 주장했던 수정안 역시 찬성 312표 대 반대 314표로 부결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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