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되돌리는 능력 때문에
25세→70대가 돼버린 혜자
“어떻게 젊을 때로 돌아갈까”
시청자들 궁금증 커졌는데
모든 것은 치매 할머니 상상
“의문 쌓였던 퍼즐 맞춰진다”
탄탄한 구성·연출 호평 일색
“뭔가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김수진, 연출 김석윤)에 대한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12회 중 지난 12일 10회가 방송된 가운데 시청률은 7.9%(닐슨코리아 집계). 같은 시간대 경쟁 드라마보다는 나은 수준이라고 해도 아주 높은 시청률은 아닌데 탄탄한 구성에 따른 놀라운 반전과 진지함과 코미디를 오가는 섬세한 구조로 눈 밝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처음 이 드라마는 요즘 흔한 로맨스 판타지처럼 보였다. 25세의 젊은 혜자(한지민)가 시간을 되돌리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쓰다가 하루아침에 70대의 할머니 혜자(김혜자)가 된다는 황당한 설정. 사정을 알 리 없는 남자 주인공 이준하(남주혁)를 곁에 두고도 다가갈 수 없어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애처롭게 때론 위트 있게 펼쳐졌다. 어쨌거나 전형적인 ‘타임 리프’(시간여행) 드라마였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던 드라마가 10회에서 놀랄만한 반전을 보여줬다. 불과 2회를 남겨두고 김혜자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도로 한지민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뒤엎고 단숨에 숨겨놨던 비밀을 드러냈다.
10회에서 납치된 남주혁을 구하기 위해 요양원 동료 노인들과 일대 활극을 벌인 김혜자가 바닷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난 곳은 병실 안. 그동안 아버지(안내상), 어머니(이정은)였던 인물들이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면서 어둠 속에 갇혔던 김혜자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어진 김혜자의 독백은 충격적이면서도 비극적이었다.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꾸는 건지.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한지민이 김혜자로 타임 리프를 한 게 아니라 김혜자가 치매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막장 소재로 등장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성과 타임 리프의 뻔한 공식을 깨는 반전이었다.
시청자들은 “소름 엔딩, ‘스카이캐슬’의 감동을 벌써 잊게 하는 작품”, “할머니가 주연이지만 의미 있게 보고 있는 청춘들”이라며 열광했다.
흔하고 뻔한 것을 극복해 감동을 우려낸 비결은 100% 사전 제작에 있었다. 반전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는 드라마에서 극본이 완성된 상태에서의 제작은 필수였다. 그때문에 매회 대사와 화면에 힌트를 숨겨둘 수 있었다. 팬들은 “10회 반전에서 드라마의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이제야 앞에서 왜 그렇게들 대사를 했는지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구세대가 조화를 이룬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김혜자의 충격적 반전 대사, 한지민의 비밀을 간직한 절제력, 그리고 김혜자와 한지민 사이에서 중심을 잡은 남주혁의 연기가 크게 한몫했다.
코미디와 정극을 두루 거친 제작진의 경험도 있었다. 시청자를 웃고 울린 잘 짜인 극본은 이남규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KBS ‘개그콘서트’ 예능 출신으로, 김석윤 PD와 영화 ‘조선명탐정’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그 밖에도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청담동 살아요’(2011) 등 코미디와 페이소스가 버무려진 작품을 써왔다.
김석윤 PD는 KBS 예능국 출신으로 영화감독에 도전해 성공했고, JTBC로 이적한 후 현재 드라마 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PD는 지난 2월 제작발표회에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나이 들어간다는 숙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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