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창작물에 더 관심
드라마 긴장감주는 역할 만족
목관리 위해 좋아하는 술자제
일상에서 말 못했던 아픔들
대신 터뜨려주는 배우 될 것
창작뮤지컬 ‘파가니니’가 화제다. 관객들이 몰입도가 높은 무대를 경험했다며 관람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파가니니 역을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배우 콘(본명 이일근)뿐만 아니라
신부 루치오 역의 김경수, 악덕 사업가 콜랭을 연기한 이준혁(사진) 등에게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악역이면서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준혁을 만나봤다. 그는 “드라마에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이라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파가니니’는 HJ컬쳐(대표 한승원)와 대전예술의전당(관장 오병권)이 공동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혐의로 가톨릭 교회의 재판을 받았던 음악가 파가니니의 생애를 다뤘다. 대전 공연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한 후 서울로 무대를 옮겨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상연(2월 15일∼3월 31일)하고 있다.
이준혁이 연기한 콜랭은 파가니니를 이용해 큰돈을 벌려는 인물로, 힘 있는 사람에게 굴종하다가도 때로 포악함을 드러내는 중층적 캐릭터다. 파가니니와 그를 따르는 여성 샬롯 등 여러 인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극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간다. 이준혁은 무대에서 콜랭과 소름 끼치게 일체화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커튼콜에서도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건들건들 몸을 흔들어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제 역할을 통해서 관객에게 끝까지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죠.”
30대 중반인 이준혁은 데뷔 16년 차 배우다. 2003년에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로 무대에 선 이후 주로 뮤지컬에서 활약해왔다. ‘카르멘’ ‘노틀담의 꼽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안녕, 프란체스카’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하며 뮤지컬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파가니니’에서 신부 역을 하는 김경수와는 더블 캐스팅의 인연이 깊다. ‘빨래’에서 ‘빈센트 반 고흐’ ‘파리넬리’ ‘1446’까지 같은 역할을 나눠서 했다. “이번엔 상대 역인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할 만큼 서로를 잘 알아서 참 좋습니다.” 그가 무대에서 김경수와 대결하듯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을 보면, “참 좋다”는 말에 절실히 공감할 수 있다.
그는 창작 뮤지컬을 고집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서 빛을 발하는 동료들을 응원합니다. 저도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만든 뮤지컬을 더 사랑합니다. 우리 창작자와 배우들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수준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정서에 맞는 창작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힘든 길이지만, 즐겁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더 보람 있어요. 이런 제가 좀 이상한가요?, 하하.”
그는 소속사인 HJ컬쳐와 호흡이 잘 맞는다고 자랑했다. HJ컬쳐는 아이돌 스타에 의존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모든 배우를 존중하며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점이 업계 관계자들에게 존중받기도 하지만, 걱정을 사기도 한다. 이준혁은 소속사가 배우들의 잠재력을 신뢰해주기 때문에 그에 응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무대에서 주로 고음 파트를 맡는 그는 목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쓴다. 술을 엄청 좋아하면서도 음주를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역시 목 상태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술자리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이유 중 하나죠, 하하.”
올해 네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아이를 생각하면 건강하게 오래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체력 관리를 하기 위해 계단을 걷고, 아이를 어린이집 보낼 때도 일부러 안고 간다”며 또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 내내 시종 유쾌함을 지키던 그는 “어떤 배우를 지향하냐”는 질문에 “우리 일상에서 말 못 했던 아픔을 무대에서 대신 터트려 주고, 그래서 관객께서 더 건강해지는 계기를 마련해드리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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