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非權則泥 權非經則悖(경비권즉니 권비경즉패)

원칙을 알되 변통을 모르면 고착되고, 변통을 알되 원칙을 모르면 일그러진다.

당나라의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단형론(斷刑論)’ 하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유종원은 한유와 더불어 문체 개혁운동을 제창해 문학적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권문세가에 대항하는 혁신 정치가이기도 했다. ‘단형론’은 형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다. 당시에는 포상은 봄과 여름에 주고 형벌은 가을과 겨울에 집행하는 관행이 있었다. 봄·여름은 만물을 낳고 성장시키는 계절이고 가을·겨울은 만물을 다시 거두는 시기이니 포상과 형벌도 그에 맞춰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종원은 그것의 부당성을 열거하면서 현실에 맞춰 포상과 형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經)’은 원리 원칙을 가리키고, ‘권(權)’은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말한다. 어떤 제도나 법을 시행할 때 원칙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원칙에만 매몰돼 변통을 무시하면 현실과는 괴리된 낡은 제도나 법이 되고 만다. 반대로 변통에만 치우쳐 원칙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게 된다. 경과 권, 양자를 겸비할 때 비로소 좋은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음을 강조한 명문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경과 권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양자를 겸비하기는 쉽지 않다. 삶의 기본적인 미덕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현실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사람 중에는 삶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 나는 먼저 경에 충분히 힘을 쏟은 뒤에 권을 돌볼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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