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이 연일 일명 ‘승리 게이트’로 방송 뉴스와 신문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새로운 뉴스가 나오니 이 나비효과의 목적지는 어디일지 걱정마저 든다. BBC와 CNN을 포함한 해외 언론들까지도 이 진풍경을 보도하고 있다니 가히 글로벌급 이슈다.
문제는, 국내 방송사들부터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지난 2016년 여자 친구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당한 정준영이 무혐의로 풀려난 직후 윤리적 검증도 없이 성급하게 복귀시킨 사건이 다시 이슈가 되자, 그가 출연해온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뒤늦게 잠정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KBS 9시뉴스 등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성매매 알선 의혹, 같이 출연했던 연예인들의 내기 골프 내용까지 대단한 특종인 것처럼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이런 폭로형 보도는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충분히 보고 들었으니 별반 관심이 없다. 도리어 이번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한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바랄 뿐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찌 KBS뿐이겠는가? 이른바 ‘황금폰’에 담겨 있는 카톡 채팅 내용을 지상파 방송사 중 처음 보도한 SBS는 지난해 자사의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새끼’에 승리를 출연시켜 ‘위대한 승츠비’라고 형상화하며 해외에 나가 흥청망청 파티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줬고, MBC 역시 ‘나혼자 산다’에 동생까지도 같이 출연시키며 대단한 경영인인 듯이 띄워주기에 급급했다. 방송사들이 영웅인 양 떠받들던 스타를 하루아침에 난도질해 버리는 격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한류 열풍’에 도취한 채 괴물같이 변해 버린 실상은 정작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싸이·빅뱅·소녀시대·방탄소년단(BTS) 등을 키워낸 대다수의 연예기획사는 언제부턴지 문화계의 최고 권력자 행세를 해왔다. 이들은 한류를 앞세운 돈벌이에만 급급해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기술자를 양산해 왔을 뿐, 그들의 교양이나 인간애 등 인성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이며, 일부 연예인 몇 명의 문제라기보다는 탐욕에 물든 일부 어른들의 문제이다.
정치권력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니 가장 먼저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들은 유명 연예인들과 기획사에 권력의 일부를 나눠주고 괴물로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순방 때마다 연예인을 대동해 나갔다. 이번 아세안 3개국 방문 때도 예외 없이 아이돌 그룹과 여성 탤런트를 앞세웠다. 연예인을 통해 한류 홍보를 하려는 목적이야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대동한 10대의 어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서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격적 대우와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물음을 한 번이라도 가졌는지 의심스럽다.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하는 문 정부가 그동안 문화계의 악행인 블랙리스트나 미투운동에서부터 댓글 조작 지시에 관련된 자기 사람 구하기에 급급했을 뿐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예인을 포함한 다수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폭로될 것이다. 물론 그들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하겠지만, 그들 뒤에 숨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또 다른 ‘승리’를 만들어 내는 이 어른들의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괴물은 다시 부활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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