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업무보고서도 ‘무대책’

“한번 준 혜택은 못 되돌려
복지 지출 속도조절 해야”


건강보험재정에 초비상이 걸렸는데도 정부는 말로만 국민은 안심해도 된다고 할 뿐, 정작 문재인 정부 이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추계나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일부러 함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정부는 19일에도 건보 당기수지 적자와 관련, “적립금이 고갈되는 일이 없는 선에서 건강보험료 인상 수준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내 복지제도의 증가속도가 가팔라서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등을 감안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어 대비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적자 상황과 무관하게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지원 확대, 수입기반 확충, 재정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향후에도 적립금이 고갈되는 일 없이, 당초 발표 수준보다 국민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보험료율 인상수준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확대에도 건강보험료를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인 3.2% 수준으로 올리면서 재정을 유지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건강보험 당기수지 적자가 예고된 터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전망 및 운영 방안 등을 담은 5년 단위 종합·시행 계획을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9월에 만들고, 시행계획은 12월까지 수립했어야 했다.

전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도 보장성 강화대책만 보고했을 뿐, 뚜렷한 재정 건전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강보험 재정은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확대에 따라 2022년까지 약 30조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상황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에 재정수입 관련 국고지원의 안정성, 건강보험 기금화 관련 논의, 적립금의 적정 규모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며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이 낮은데 국민 부담 전체 차원에서 건강보험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앞으로 계속 보장을 확대하면 당기수지 적자가 계속돼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순간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한 번 준 혜택은 되돌리기 어렵게 돼 결국 적자 폭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의 선심성 대책보다는 공급자와 적절하게 보험급여에 대해 상의하면서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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