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對中 무역협상 엇박자
“中대량구매시 산업종속 우려”


미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과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 수입품목에서 반도체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를 대규모로 추가 구매하면 오히려 미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통제를 받아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료들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1조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미 반도체산업연맹(SIA)은 이달 초 화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미국 반도체 추가 수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계획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향후 6년 동안 현재의 2배 많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미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의 추가 수입 확대를 꺼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중국 전체 반도체시장 수요가 추가 구매를 뒷받침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내 생산비가 높아 중국의 추가 구매 수요를 충당하려면 중국에 새로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테스트, 조립 단계를 거쳐 중국으로 수출되면 이는 말레이시아의 수출로 잡힌다. 미국 반도체 회사의 중국 내 공장에서 조립돼야 추가 대중 수출로 계산되는 만큼 중국에 이익이라는 논리다. SIA 관계자는 “중국으로 생산공장이 옮아가면 결국 중국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 반도체 업계에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도체의 ‘역설’은 미국이 추가 수출 확대 품목으로 정한 대두에도 적용된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1000만t을 추가 수입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중국의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재고가 누적돼 있어 수출이 늘어도 대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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