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카드 사용액 1조8620억…최대 결제수단
日·동남아에 신용평가시스템 등 인프라 수출

정부, 소상공인 달래기 차원 ‘제로페이 띄우기’
“민간영역 과한 침해… 다양한 선택 보장해야”


“‘현금 없는(신용) 사회’가 아니라 다시 ‘신용 없는(현금) 사회’로 가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제로페이 출시 등으로 뜨거운 금융권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신용평가시스템과 신용카드결제 인프라를 갖췄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반발을 줄이기 위해 모바일 직거래 결제방식인 중국 알리페이를 본뜬 제로페이 띄우기로 신용카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40년 전부터 애써 구축한 신용기반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일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2조 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한은 금융결제국 관계자는 “지난해 일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8620억 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는데 매년 1000억 원가량씩 사용액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에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978년 신용카드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신용카드 시장은 팽창을 거듭했다. 1980년대 은행권을 중심으로 카드영업이 확산하면서 1987년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됐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소비 활성화 및 세원확보를 추진하면서 신용카드 시장은 급격하게 커졌다.

신용 데이터 축적과 정보통신(IT) 기술 발전 등으로 결제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신용카드는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결제수단이 됐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체 지급카드(신용·체크·선불·현금IC·직불 카드)의 80%에 달했다. 출시는 미국·일본보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률(2016년, 일본 신용카드협회)은 54%로, 미국(41%)·일본(17%)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카드사들은 수준 높은 신용결제 시스템을 무기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한발 더 나가 국내 최초로 금융선진국인 일본에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신용카드 시장은 최근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가 민간 시장 영역에 무리하게 개입하면서 힘들게 구축한 신용 기반 사회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 직불 결제시스템이 활성화된 것은 한국과 같은 신용 평가 시스템과 신용결제 인프라 구축이 안 된 탓인데도, 오히려 중국 모델을 맹신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공여(외상) 결제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불 결제 방식은 맞지 않는다”며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두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이 들어가기 어렵거나 시장이 실패한 곳인데 제로페이 출시나 카드수수료 인하 행보는 민간 영역을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제로페이에 대한 낮은 선호도와 혈세 투입 형평성,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잡음은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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