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몰카)’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정준영 사건 이후 여성들의 ‘몰카 포비아’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에 편승해 몰카 탐지 어플 등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괜히 잘못 없는 사람을 의심하게 됐다는 등 실망스러운 후기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몰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처벌 조항 강화가 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몰카 포비아는 일상생활까지 왜곡시키고 있다. 직장인 배모(여·28) 씨는 20일 “전 국민이 아는 유명 남자연예인이 나를 상대로 몰카를 찍을 거라고 의심하는 여성은 드물 것”이라며 “그게 일반 남성의 성 관념이라고 생각하니 화장실에 버려진 우유갑만 봐도 ‘이건 신종 몰카인가’ 하면서 의심하게 되고, 헬스장 샤워실·상가 화장실 이용도 꺼려진다”고 걱정했다.
심지어 연인과의 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포될까 걱정하다 싸움에 이르렀다는 사례도 잇따른다. 직장인 박모(여·32) 씨는 “연인이 억지를 부려 동영상을 찍었다 지운 적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확인하고 싶어 휴대전화와 노트북 휴지통,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되레 화를 내 싸움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상에서는 ‘몰카 찾는 팁’ ‘몰카 탐지 어플’ ‘몰카 탐지 업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공개모금) 업체에서 판매했던 간이 몰카 탐지 카드 제품은 목표 금액인 50만 원을 50배 이상으로 초과 달성해 2523여 만 원이 모였다. 심지어 모금이 끝난 다음에도 100명이 넘는 이들이 ‘앙코르’를 누르며 재출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몰카 방지 상품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경험담도 속출하고 있다. 몰카 탐지 어플을 깔았다는 한 네티즌은 “(해당 어플이) 정수기고 환풍기고 키보드고 철 재질로 된 건 다 반응한다”면서 “괜히 잘못 없는 사람을 의심해 창피할 일만 생기게 된다”고 악평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여자친구가 불안해해서 (어플을) 사용했는데 잘 모르겠다”며 “이런 어플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썼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들에게 몰카 안전 대책을 강구하게 하는 식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여성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웹하드 등을 통해 삽시간에 유포돼 피해 정도를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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