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미경 소설 ‘허공에…’

시대 앞서간 진취적 여성상
생애·업적 세밀하게 그려


“남성혐오, 여성혐오 등 성(性) 대립으로만 치닫는 요즘 세대에게 200여 년 전 조선에 이미 새롭고 진취적인 여성상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곽미경(사진) 작가가 조선 유일의 여성실학자로 불리는 빙허각(憑虛閣) 이 씨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장편소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자연경실)을 펴냈다.

1759년 평안감사를 지낸 이창수의 딸로 태어난 빙허각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주관이 뚜렷해 열한 살의 나이에 빙허각이라는 호를 스스로 정한 당돌한 여성이었다. 열다섯 살 때 실학자 집안의 서유본과 결혼해 일찌감치 학문적 성취를 이뤘고, 남녀평등을 실천해온 서 씨 집안의 지원으로 여성을 위한 한글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집필했다. ‘규합총서’는 식생활, 의생활, 농사, 태교 등 당시 여성이 맡아야 했던 생활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서유본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남긴 실학자 서유구의 형이다. 서유본보다 세 살 연상인 빙허각은 서유구 등에게 학문을 지도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곽 작가는 “풍석 서유구 선생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풍석문화재단에서 일하면서 2016년 ‘조선 셰프 서유구’를 썼고, 이번에 서유구의 형수인 빙허각을 되살리게 됐다”며 “남녀관계는 대립과 충돌이 아니라 서로 돕고 상생하는 것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인물이 실명 그대로 등장하지만 빙허각의 도전적 삶, 조선 정조와의 로맨스 등에는 소설적 드라마가 가미됐다. 곽 작가는 “빙허각에 관한 자료는 그의 죽음 이후 남겨진 묘지명 ‘수씨단인이씨묘지명(嫂氏端人李氏墓誌銘)’이나 ‘규합총서’ ‘청규박물지’ 같은 기록물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다”며 “빙허각과 주변 인물들이 낯설지만, 우리의 많은 것은 그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의 잊힌 지혜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곽 작가는 올해도 서유구의 업적을 복원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16권으로 된 ‘임원경제지’ 중 4∼5권이 올해 출간될 예정이고, 그중 음식 및 요리와 관련된 ‘정조지(鼎俎志)’는 서유구의 꽃, 술, 떡 등으로 펴낼 계획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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