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공수처’로 가는 그림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대부분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처단’을 강조했지만 검찰 수사는 공전할 가능성이 크고 여론은 검찰의 의지와 실력을 의심할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 검찰을 궁지에 몰아넣은 꼴이다. 정부와 여당은 때맞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바람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의도는 이미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김 전 차관 사건과 장 씨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강조한 다음 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수사 방침을 밝히며 “공수처가 설치돼 같은 일들의 진실이 제때에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곧장 “검경 고위직이 연루된 사건은 공수처 같은 독립기구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의 야단법석이 권력형 비리 처단보다는 ‘공수처 설립용 여론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김 전 차관 사건에서 유일하게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간은 상납과 특혜가 골자인 권력형 비리보다는 성폭행 범죄로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는 혐의 적용이 회의적이다.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에게만 있다는 검찰청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이 특정 사건을 언급하며 사실상 수사지휘를 한 점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이 공수처 도입을 향한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발언 다음 날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자 회견을 열고 엄정 수사를 밝히는 모습이 수십 년 전 정권 때나 보이던 검경의 충성 경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까지 생긴다면?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자는 셋이 되고 수사의 총량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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