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 조 페슬러 지음, 홍한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어느 날 책 한 권을 읽었고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의 첫 문장이다. 파묵은 우리가 책의 첫 장을 펼칠 때 갖는 기대 ‘자, 어서 나를 매혹해 봐’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치며 무아지경의 독서 경험을 들려준다. 소설 속 화자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져 나가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기분. 책장이 눈을 찌를 듯이 번쩍 빛난다. 순간 화자는 깨닫는다. 이제는 전과 같을 수가 없음을, 이걸 읽고 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문예지 ‘애틀랜틱’ 온라인에 ‘바이 하트’라는 코너를 운영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조 페슬러는 책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바로 이 순간에 주목한다. 그는 스티븐 킹, 할레드 호세이니, 엘리자베스 길버트 등 작가 33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 작가는 다른 이의 글이나 문장이 어떻게 자신의 작품이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그 순간들을 서술한다. 어느 문장을 접한 후 떠오른 생각이 어떻게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는지, 이 창의적 영감이 또 어떻게 다른 작품으로 이어졌는지, 어떻게 작가의 새로운 인생관이나 작품론을 만들어냈는지를 이야기한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말하기 어렵다. 말이 그 뜻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말을 하다 보면 부끄러워진다”로 시작되는 스티븐 킹의 단편 ‘스탠 바이 미’의 한 구절을 꼽았다. 호세이니는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건물 야간 경비를 하며 읽었던 이 책이 자신을 끊임없이 유년의 기억으로 끌고 가며 작품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특히 이 문장은 스무 살 때엔 자신 내면의 자아와 사회적 자아 사이의 괴리로 인한 내면의 고독을 표현한 문장 같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의 근사치밖에 내놓지 못하는 작가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주노 디아스 역시 대학 시절 읽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자신의 창조적 DNA를 바꿔놓은 책이라고 했다. “그 여자는 내 마음의 친구야. 나를 모아 줘. 나의 조각들을 모아서 나한테 올바른 순서로 돌려줘”라는 문장으로 기억되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에야 문학이 세상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치유하는 심오한 행동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편 문장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이들도 있었다. 빌리 콜린스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안에서 생매장당하는 기분으로 떨 때, 눈을 감고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을 몇 번이고 외웠다고 한다. 미국 작가 에이미 벤더도 살면서 어떤 순간에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 생각해보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줄 글을 지니고 싶었다며 그 역할을 한 것이 월리스 스티븐스의 ‘마음속 연인의 마지막 독백’ 중 한 구절이라고 했다. 바로 ‘어떤 언어는 빛이 돼 높이 올라간다’이다. 빛나는 문장에서 견인되는 작가의 인생론이자 작법론이며 문학론이다. 307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