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밝힌 ‘제재회피 수법’

의도적으로 꺼놓고 운행
식별번호 위조해 사용도


미국 재무부의 제재 속에서 북한은 ‘경제의 목숨줄’과 같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선박의 자동식별장치 및 문서와 데이터 조작, 공해상에서의 불법환적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연간 수입 상한선으로 정한 50만 배럴의 7.5배인 378만 배럴의 정제유를 밀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 불법 해상거래 관련 주의보를 갱신 발령하고 모두 95척의 선박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들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해 북한과 거래했다. AIS는 국제 해상 항로에서 선박 식별 정보와 항행 및 위치 정보를 수시로 전송하는 도구로, 선박은 일정 시간마다 이를 발신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 국적 상선은 위치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AIS 응답기를 끈 상태에서 운항했다. 특히 일부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부여한 식별 번호를 위조해 사용, 허위 AIS를 발신하기도 했다.

선박들이 AIS를 끄는 이유는 북한과 ‘선박 대 선박(ship-to-ship)’ 방식의 불법환적을 감추기 위해서다. 러시아와 중국 선박 중에는 자국에서 물자를 실은 후 대놓고 AIS를 끄고 북한 항구에 입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선박 중에는 북한의 정찰총국과 연계돼 조직적으로 불법환적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AIS를 조작하며 공해상에서 불법환적을 감행하는 선박을 찾아내는 방법은 해상 초계기 등을 동원한 감시밖에 없다고 보고 정보자산을 한반도 주변 해상에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의 국제분쟁 전문가인 아리엘 코언 박사는 이날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북한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유엔 제재를 피해 가면서 김정은 정권을 돕고 있으며 이것은 처음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돕는 이유는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미국·일본·한국은 이익을 얻게 되지만 중국은 탈북 난민을 관리해야 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과의 완충 지역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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