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과 아름다운 카리브해가 펼쳐져 있는 자메이카는 1962년 8월 6일에 독립하기 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정보부에서 내근과 현장요원으로 활동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언 랭커스터 플레밍은 전쟁이 끝나고 자메이카에서 쿠바를 바라보는 해변 쪽에 자리한 오라카베사(Oracabessa)에 별장을 짓고 나중에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골든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치르고 있던 1952년 2월부터 ‘카지노 로얄’을 쓰기 시작한 플레밍은 56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1964년 8월 12일까지 이곳에서 미완성된 1편을 포함해 총 14편의 007시리즈 소설을 썼다.
자유분방했던 플레밍은 영국 육군사관학교인 샌드허스트에 입학했다가 이성 문제로 1년 만에 중퇴한다. 모친의 권유로 외교관이 되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에서 공부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지고 로이터통신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한다.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플레밍은 평소에 즐기던 마티니가 생각나서 술집에 들르는데 여기에는 진과 비슷하게 생긴 보드카만 있었다. 그렇게 진을 대신해서 마시기 시작한 보드카는 나중에 소설 속에서 제임스 본드가 마시는 보드카 마티니를 만들어낸다. 1933년에 귀국한 후 가업을 잇기 위한 경험을 쌓으려고 증권회사에 입사했지만 따분한 업무와 연이은 투자 실패로 낙담한다.
나치가 들어선 독일로 인해 불안해진 유럽 정세에 대비하고자 영국은 해군정보국의 조직을 확대하는데 실의에 빠져 있던 플레밍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독일에서 공부했던 경험 덕에 첩보부에서 근무하게 된다. 특히 지브롤터 해협을 확보하기 위한 공작인 ‘골든아이작전’의 전 과정을 지휘하면서 관리 외에도 첩보현장에서 존재감이 부각됐다. 이때 해군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소설 속의 제임스 본드도 해군 중령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첩보영화인 007시리즈는 쫓고 쫓기는 스파이들이 임무와 공작을 위해 등장인물들 간의 배신과 협력이 이어지는 긴장감이 있는 영화다. 제임스 본드가 바에서 술을 시키는 장면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대 악역과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얀 드레스 셔츠에 고급스러운 보타이와 턱시도를 입고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는 바텐더에게 한 잔의 마티니를 주문하면서 “Shaken, not Stirred”를 덧붙인다. 주문한 마티니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때 등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본드걸은 관객들과 제임스 본드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007 영화에서 편마다 설정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본드걸과의 ‘썸’이 시작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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