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페치카’서 올가役 맡은 김성녀

“기억조차 없는 영웅의 삶 조명
주머니 넉넉하지 않은 제작자
단원 밥까지 해먹이며 강행군
우리시대의 문화독립군 같아”

이상백 詩人 대본·최인숙 안무
주세페 김, 작곡·편곡까지 맡아
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
전석 2만원·학생 1만원 ‘파격’


“제작자인 주세페 김이 뮤지컬 주인공인 최재형 선생님처럼 힘들고 어렵게 일인 다역을 해내며 무대 위에 공연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 시대에 ‘문화 독립군’이 있다면 바로 이런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중근 거사의 헌신적 공신이자 연해주 독립운동의 지도자였던 최재형(1860∼1920)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페치카’에서 주인공의 딸 올가 역을 맡은 국악인 김성녀(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씨는 출연 소감을 먼저 그렇게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KBS홀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뮤지컬 페치카’에 연이어 출연한 데 이어 오는 27일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공연에도 역시 올가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페치카’에서 열연 중인 김성녀(오른쪽) 씨와 주세페 김(가운데)·구미꼬 김 부부. 주세페 김은 예술총감독이면서 주인공 최재형 역도 맡아 출연한다.  (사)K문화독립군 제공
뮤지컬 ‘페치카’에서 열연 중인 김성녀(오른쪽) 씨와 주세페 김(가운데)·구미꼬 김 부부. 주세페 김은 예술총감독이면서 주인공 최재형 역도 맡아 출연한다. (사)K문화독립군 제공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에서는 추앙받는 독립운동가지만 우리에게는 잊힌, 아니 기억조차 없는 분이죠. 그런 분을 현재로 불러내는 작업 현장은 눈물겨웠습니다. 팝페라 부부인 주세페 김과 아내인 구미꼬 김은 제작비가 부족해 제작, 홍보, 예술감독, 음악감독, 작곡, 지휘, 주연까지 맡아 해냈고, 심지어는 단원들 식사까지 챙겨줬어요. 그 같은 부부의 정성이 단원들을 혼연일체로 묶어 뮤지컬을 지켜본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권오경이 연출하는 뮤지컬 ‘페치카’의 대본은 이상백 시인이 썼다. 주세페 김이 예술 총감독을 겸해 작곡과 편곡을 했으며 최인숙이 안무를 맡았다. 극중에서 올가는 아버지 최재형을 증언하는 내레이터로 등장, 뮤지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간다.

주인공 최재형은 함북 경원에서 태어나 러시아로 건너간 후 한인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에게 항일 의병 자금을 대줬고, 안중근의 거사를 돕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의 동선 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권총을 구해 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단을 조직하고 무장 투쟁을 준비하던 중에 1920년 일본군에 체포돼 순국했다.

항일운동의 역사에서 영웅적 역할을 했던 최재형은 러시아의 공산화와 이데올로기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다가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 저 자신도 감동받을 때가 많아요. 특히 주세페 김이 작곡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은 누구에게나 심금을 울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훌륭한 성악가들이 왜 아무도 관심 없는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리고자 이같은 고생을 사서 할까 자문해 보게 됩니다.”

김 씨의 출연에 대해 주세페 김은 “저희 부부가 제작자들이 모두 꺼리는 ‘역사 뮤지컬’ 제작에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김성녀 선생님이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 주셨다”며 “선생님의 위상에 비춰볼 때 거의 백의종군하셨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앞서 문화독립군이란 표현도 했지만 극 중에 제가 맡은 올가가 이런 말을 해요 ‘독립운동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집안이 3대가 망한다는 조롱만 받는다. 아빠는 무엇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고, 목숨을 바쳤느냐’. 그런데 그 대사를 하는 중에 문득 그 같은 올가의 질문이 주세페 김에게도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보다 많은 분이 ‘페치카’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박수도 뜨겁게 쳐주셨으면 해요.”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 ‘페치카’ 공연은 관객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전 석 2만 원, 학생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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