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엔 4개월 턱밑까지 추격당해
시장형성 늦고 킬러콘텐츠 부재
디스플레이 분야 외 정체 상태
대다수 해외수입 의존해야할 판
내달 초 개막하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에 대해 ‘해외 종속’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AR·VR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오는 2022년 1050억 달러(약 119조 원)에 달할 전망이나 국내 기술 경쟁력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5일 한국브이알에이알콘텐츠협회(KOVACA)가 최근 세계 주요 국가의 AR·VR 기술 수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에 1.6년 뒤처져 있고 중국에는 불과 4개월 차이로 추격을 당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한 기술 격차는 유럽은 0.8년, 일본은 1년, 중국은 2년 각각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유럽은 풍부한 스타트업(신생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선진기술과 시장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0년 중반부터 AR·VR 분야를 아우르는 혼합현실(MR) 기술을 10대 미래 핵심 전략 기술로 정하고 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 왔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해당 분야의 국제 표준 5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40억 위안(약 6800억 원)에 이르는 정부 투자를 집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시장 형성이 늦고 플랫폼과 킬러 콘텐츠가 부재해 디스플레이 분야 외에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삼성·LG 등은 2016년 현재 AR·VR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글로벌 특허 출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5G 서비스를 앞둔 이동통신 업계는 해외 서비스·기기 수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해외 AR 안경(미국 매직리프)·AR 게임(구글 스타트업·나이언틱) 등의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엔비디아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국내에 독점 공급할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VR·AR 분야의 고용 유발 계수는 제조업의 2배 이상에 달하지만 이런 추세로 가면 해당 분야의 해외 기술 종속 우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은 미비하고 관련 정책은 여러 부처가 중구난방식 생색내기 지원을 하는 데 급급해 이제라도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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