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서혜진 예능국장

“미스트롯 8%는 진정성의 힘
일반인 ‘판’ 깔아서 성공했죠
종편시장선 ‘핀셋편성’ 중요”


“저는 홈런보다 안타를 잘 치는 편이에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서혜진(사진) 예능국장은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에 이어 ‘미스트롯’으로 3연속 히트작을 낸 소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홈런이라면 1∼3루를 돌아 다시 홈으로 올 수 있지만, 안타는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또 다른 안타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행보를 준비하겠다는 현재진행형 PD의 마음가짐인 셈이다.

SBS에서 ‘스타킹’ ‘동상이몽’ ‘고쇼’ 등 히트작을 낸 서 국장이 지난해 자리를 옮긴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자리를 옮긴 후 불과 1년 만에 그는 스스로 그 이유를 증명했다. ‘연애의 맛’과 ‘아내의 맛’은 5%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미스트롯’은 방송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연애의 맛’과 ‘아내의 맛’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TV 누적 조회 수는 5000만 건에 육박한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SNS 콘텐츠로도 각광받으며 ‘TV조선=장년층 채널’이라는 인식을 지운 것이다.

“‘3% 나오는 프로그램 3개만 하자’고 목표를 잡았다. 3% 정도면 대중의 반응이 느껴지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거 재미있더라’고 하더니 온라인 콘텐츠 조회 수도 점점 늘어났다. 채널의 이미지로 콘텐츠를 판단하는 인식이 있는데, 그런 시선을 넘어 모든 연령층이 ‘재미있다’는 반응이 오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다행히 그런 전략이 통한 것 같다.”

특히 ‘미스트롯’은 신구 시청자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트로트가 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편견이었다. 서 국장은 젊은층도 노래방에 가서 트로트를 부르고, 장기자랑 무대에서 트로트를 선택했을 때 주위의 반응이 더 뜨겁다는 데 착안했다. 실제 뚜껑을 열자 “장윤정과 홍진영을 잇겠다”는 참가자가 1만2000명이 넘었다.

“트로트는 모두가 즐기는 보편적 장르인 만큼 다양한 시청층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래 ‘고등 트롯’을 고민하다가 30대까지 확대한 것이다. ‘미스트롯’의 구성은 솔직히 조금 촌스럽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실력자가 많았다. 그들의 힘이 시청자들을 설득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서 국장의 ‘일반인 출연자 사용법’도 남다르다. 장기간 ‘스타킹’을 연출하며 일반인 출연자와 소통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연애의 맛’에 출연하던 배우 이필모가 일반인 출연자 서수연 씨와 실제 결혼한 건 우연이 아니다.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에 맞게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덕분이다. ‘미스트롯’ 예심에서도 1만2000명의 참가자 중 옥석을 가르는 서 국장만의 노하우가 주효했다.

“일반인 출연자는 방송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많다. 이를 충분히 알린 후 계약서를 매우 꼼꼼히 써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방송 출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 사태에 대비해 철저히 계약을 바탕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이를 계약서를 통해 문서화해야 한다.”

서 국장은 편성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연애의 맛’은 일요일에 방송될 때 1%대였지만 목요일로 과감히 편성을 바꾼 후 4∼5%로 시청률이 치솟았다.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몰리는 시간에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는, 이른바 ‘핀셋 편성’이다. 여전히 재방송 비율이 높은 종편 시장에서 편성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종편 예능은 여전히 찾아보는 시청자보다는 채널을 돌리다가 ‘얻어걸리는 시청자’가 많다. 그들을 본방송을 보러 찾아오는 ‘단골손님’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편성의 묘를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1차 과제고,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이 원하는 길목에 배치해주는 것이 2차 과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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