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찰 일본주의 위반’ 지적
법원 잇달아 공소장 제동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의 반(反)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검찰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해 판사에게 유죄 예단을 갖게 하는 경향이 심해지자 법원이 잘못된 관행에 급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27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최근 내부망 형사법연구회에 “공소장에는 공소사실(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한 것)만을 기재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복잡한) 현대형 사건에서는 간접사실 등에 기초한 공소사실 인정이 점점 늘어나고 양형에 필요한 사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검찰은 과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공소사실 그 자체뿐만 아니라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간접사실, 정황, 기초 사실, 역사적 사실 등을 망라해 기재하고 여기에 더해 양형에 필요한 사실까지 모두 기재한다”고 지적했다.

윤 부장판사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데 기초가 되는 간접사실, 정황, 역사적 사실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면서 “재판부도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별개인 위 의견서에 대해 인정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공소사실과 유죄의 예단을 줄 수 있는 기타 사실을 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2년간 검찰이 소위 적폐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어기는 정도가 심해졌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한 고위 법관은 “요즘 공소장을 보면 1970∼1980년대 조폭이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안보사범들을 기소할 때 쓰던 방식 그대로 장황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군부독재 정권 시절의 검찰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지난 25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례적으로 30분간 검찰 공소장의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며 변경을 요구했다. 첫 준비기일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을 생략하는 대신 “지금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서 재판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너무 장황하게 불필요한 부분은 법관에게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게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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