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작년 1만4345건
정식재판 회부사례는 드물어
A 씨는 2017년 11월 경기 파주에 있는 교회 목사에게 개를 중성화시키라고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에 앙심을 품은 A 씨는 자신의 SNS에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엮어 넣는다. 진짜 웃기는 경찰이네요. 직권남용으로 내 인권을 침해한 경찰에게 합당한 징벌을 내리라고 요구합니다’라는 비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직권남용에 대한 시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공무원이 직권남용으로 고소·고발되는 건수가 매년 5000~6000건을 넘나들다 지난해는 1만5000건 가까이로 대폭 증가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전 대법원장·대법관까지 줄줄이 직권남용 혐의로 법정에 서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직권남용 관련 고소·고발은 2014년 4881건, 2015년 6027건, 2016년 5044건, 2017년 9741건에 이어 지난해 1만434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공무상 권한을 남용해 다른 이들에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입증이 어려운 범죄여서 과거엔 처벌 사례가 드물었지만,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이를 적용한 사건이 많아졌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과거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이 혐의로 대거 기소됐다. 이 같은 직권남용 고소·고발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소수다. 검찰 기소까지 간 사례는 2016년 24건(0.47%), 2017년 29건(0.29%), 2018년 53건(0.36%)에 그친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그만큼 무혐의 고소 건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을 빌미 삼은 ‘악성 민원인’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법리적 이해 없이 ‘생떼 쓰기’ 성격의 악성 민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하거나 직권남용을 빌미 삼아 공무원을 음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다방 종업원을 협박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정모 씨는 자신의 징역형이 확정되자 법원·검찰·경찰을 상대로 무차별적 민원을 제기하다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거짓 고소했다. 이에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정 씨에게 지난 1월 무고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도 지난 2월 경찰 간부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거짓 고소한 류모 씨에게 무고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히 관가(官街)에선 이런 분위기 때문에 공직 사회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중에라도 부하 직원에게 ‘직권남용’으로 몰릴까봐 일 시키기 두렵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장에 따라 통치 철학이 달라지는 건 정치의 기본인데 이를 직권남용으로 몰면 끝이 없다”면서 “적폐수사로 잘못된 단추가 끼워진 것”이라고 평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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