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명대사·장면 인기폭발
화장품·햄버거 광고까지 출연
1020 열광에 아이돌급 스타로
고희(古稀)를 바라보고 있는 배우 김영철이 약 20년 전 선보인 작품 속 캐릭터와 대사가 새삼 화제를 모으며 젊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톱 여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화장품 CF 모델까지 섭렵하며 ‘영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영철은 2017년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해 그 해 연말 연기대상을 받은 후 연기 공백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태조왕건’(2000∼2002년)과 ‘야인시대’(2002∼2003년)에서 각각 연기한 궁예와 김두한의 명대사와 명장면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등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최근 공개된 화장품 CF에서 김영철은 립스틱 색상을 고르지 못하고 고민하는 여성 앞에 등장해 “누구인가? 누가 톤궁예를 하였어?”라고 묻는다. 이는 ‘태조왕건’에서 회의 도중 기침을 한 대신을 향해 궁예가 “누구인가? 누가 지금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고 묻는 장면의 패러디다. 궁예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관심법(觀心法)을 내세웠듯,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화장품 톤을 알아맞힌다는 의미의 신조어 ‘톤궁예’를 활용하며 화장품 CF에 이례적으로 김영철을 섭외한 것이다.
이에 앞서 김영철은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사딸라!”를 외치는 햄버거 CF로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야인시대’에서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협상자로 나선 김두한이 하루 품삯 1달러를 4달러로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하며 무작정 “사딸라(4달러)”를 외치는 장면에서 따왔다. 4000원대 햄버거 세트를 출시하며 내놓은 이 CF는 유튜브에서 공개한 지 2개월 만에 549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김영철이 등장한 유명 아이스크림 CF 역시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350만 건을 넘긴 바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김영철은 최근 SBS 예능 ‘가로채널’에 단독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10∼20대 사이에서 웬만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햄버거 CF 촬영을 불과 40분 만에 끝냈다는 김영철은 “고맙고 반가운 것보다 이렇게 찍어서 광고를 하면 상품이 팔릴까 걱정했다”면서도 “반응이 좋아 연장 계약할지, 아직 모델료 협상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영철이 CF모델로 등장한 햄버거, 아이스크림, 화장품 브랜드 등은 10∼20대가 주소비층이다. 그들 사이에서 김영철의 인기와 인지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광고 에이전트 AE는 “‘태조 왕건’과 ‘야인시대’를 보지 못한 세대들도 소위 ‘짤방’(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김영철과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잘 알고 있다”며 “유튜브 세대들의 남다른 콘텐츠 활용법이 약 20년 전 방송된 드라마 속 김영철을 부활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