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감상 허기준
얼마 전에 침대에 누워 주무시는 아빠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어금니 하나를 봤어요. 그게 설마 아빠의 어금니일 줄은 생각도 못 했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나 자신이 정말 후회스러워요.
여태까지는 세상 살기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었어요. 아무래도 올해 고3이다 보니 입시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 탓도 크겠죠. 그 때문에 아들 군것질거리 하라고 아빠가 과자를 잔뜩 사와도,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사과를 깎아다 갖다 줘도 늘 차갑게만 대하기 일쑤였죠. 솔직히 말해서 그냥 나를 놔뒀으면 했어요. 머리 좀 컸다고 이제 아빠 품에 안길 일은 없다고, 그런 건 수치스럽다고 함부로 생각해버린 거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생각나는 것은 결국에는 아빠뿐이더군요. 이름밖에 모르는, 어리던 나를 떠난 엄마 없이도 혼자서 꿋꿋이 사랑으로 나를 키운 아빠 말이에요.
요즘 들어 치통에 시달려 가끔은 고기도 잘 씹지 못하는 아빠를 볼 때마다 나는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해요. 아빠는 이가 다 망가져 가도 고작 약국에서 산 효과도 미미한 약을 갖고 버티는데 아들은 그깟 치열 좀 이상하다고 교정 때문에 치과를 꼬박꼬박 보내죠. 솔직히 나 몰래 아빠가 이렇게 헌신하는 것 생각하면 종종 고맙다기보다, 감동을 준다기보다 화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아빠가 몸 간수 잘하고, 오래오래 살아야 아들이 커서 효도할 텐데 어떻게든 아들 좀 잘돼 보라고 온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효도할 기회마저 뺏어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아빠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내가 8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나앉아 3일 동안 쉬지 않고 펑펑 울던 나의 모습을 말이에요. 그때 내가 운 이유는 할머니를 잃은 아픔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내게 주신 것만큼 나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 탓도 있었어요. 아빠마저 할머니를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해요. 일찍 돌아가시지 말라는 그런 당연한 얘기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그동안 진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건강히 그리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할머니에 이어 아빠에게마저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면 나는 평생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다 큰 나에게까지도 아빠가 늘 하시는 말이 있죠. ‘아빠 보물’, ‘세상에 하나뿐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하고요. 나 역시도 같아요. 아빠가 내 세상의 유일한 보물이에요. 나는 아빠를 그 누구보다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있어요. 아빠가 나를 보물처럼 여기듯이 나도 아빠를 평생 보물처럼 여기겠어요. 우리 이 세상 그 어떤 부자도 안 부럽도록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요. 매일매일 웃음꽃 가득 피우며 조금 부족할지언정 행복과 인정미 넘치게 말이에요.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나의 보물 아버지, 당신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얼마 전에 침대에 누워 주무시는 아빠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어금니 하나를 봤어요. 그게 설마 아빠의 어금니일 줄은 생각도 못 했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나 자신이 정말 후회스러워요.
여태까지는 세상 살기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었어요. 아무래도 올해 고3이다 보니 입시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 탓도 크겠죠. 그 때문에 아들 군것질거리 하라고 아빠가 과자를 잔뜩 사와도,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사과를 깎아다 갖다 줘도 늘 차갑게만 대하기 일쑤였죠. 솔직히 말해서 그냥 나를 놔뒀으면 했어요. 머리 좀 컸다고 이제 아빠 품에 안길 일은 없다고, 그런 건 수치스럽다고 함부로 생각해버린 거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생각나는 것은 결국에는 아빠뿐이더군요. 이름밖에 모르는, 어리던 나를 떠난 엄마 없이도 혼자서 꿋꿋이 사랑으로 나를 키운 아빠 말이에요.
요즘 들어 치통에 시달려 가끔은 고기도 잘 씹지 못하는 아빠를 볼 때마다 나는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해요. 아빠는 이가 다 망가져 가도 고작 약국에서 산 효과도 미미한 약을 갖고 버티는데 아들은 그깟 치열 좀 이상하다고 교정 때문에 치과를 꼬박꼬박 보내죠. 솔직히 나 몰래 아빠가 이렇게 헌신하는 것 생각하면 종종 고맙다기보다, 감동을 준다기보다 화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아빠가 몸 간수 잘하고, 오래오래 살아야 아들이 커서 효도할 텐데 어떻게든 아들 좀 잘돼 보라고 온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효도할 기회마저 뺏어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아빠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내가 8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나앉아 3일 동안 쉬지 않고 펑펑 울던 나의 모습을 말이에요. 그때 내가 운 이유는 할머니를 잃은 아픔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내게 주신 것만큼 나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 탓도 있었어요. 아빠마저 할머니를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해요. 일찍 돌아가시지 말라는 그런 당연한 얘기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그동안 진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건강히 그리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할머니에 이어 아빠에게마저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면 나는 평생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다 큰 나에게까지도 아빠가 늘 하시는 말이 있죠. ‘아빠 보물’, ‘세상에 하나뿐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하고요. 나 역시도 같아요. 아빠가 내 세상의 유일한 보물이에요. 나는 아빠를 그 누구보다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있어요. 아빠가 나를 보물처럼 여기듯이 나도 아빠를 평생 보물처럼 여기겠어요. 우리 이 세상 그 어떤 부자도 안 부럽도록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요. 매일매일 웃음꽃 가득 피우며 조금 부족할지언정 행복과 인정미 넘치게 말이에요.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나의 보물 아버지, 당신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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