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시끄러워져” 불만에
“악성 민원 억울해” 하소연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 기숙사에는 지난해 말 인근 주민들로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2년째 이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모(여·21) 씨는 29일 “경찰이 와서 사생들한테 개를 키우냐고 물어봤다”며 “상식적으로 기숙사에서 개를 키울 리가 없는데 주민들이 악성 민원을 넣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남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문을 연 강남구의 남명학사 또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지낸 대학생 김가현(여·21) 씨는 “근처 고등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학사로 민원을 넣는 일이 다반사”라며 “심지어 시골에서 올라온 애들 때문에 버스에 자리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주민은 ‘학생들이 사투리로 말하는 소리가 듣기 시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학 기숙사 건립을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신축 기숙사가 들어선 후 인근 주민들과 기숙사생들 사이 벌어지는 갈등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주민들이 사소한 문제도 기숙사 탓으로 돌린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생 윤모(여·20) 씨는 “학생들만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닌데 담배 냄새 민원은 무조건 기숙사로 넣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2014년 서대문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에 들어갔지만 이를 반대한 주민들이 건축허가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주민들에게도 사정은 있다. 북아현동에 사는 김모(60) 씨는 “학생들이 몰려드는 밤 시간대에 통행량이 늘어 소음 등으로 불편하다”며 “조용하던 동네에 인구가 느니 주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 강모(60) 씨는 “기숙사가 생긴 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로 옆 주택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은 아래로 푹 꺼졌다”며 “기숙사 밖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그대로 버려 동네가 지저분해졌다”고 밝혔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모든 주민이 청년 주거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를 볼 수 있는 주민들을 위해 미리 정책간담회나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과 주민들 간의 상생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과 지자체가 기숙사 설립 계획을 단계적으로 예고하고 임대업자들의 주거 이전 비용이나 전업을 위한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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