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검찰 과거사委 ‘재수사’ 권고

靑·與, 외압 암시 ‘공수처’
밀어붙이기 사전포석 시각도

수사축소·인권침해 등 되짚어
15건중 용산참사 등 4건 남아
훈령으로 강제수사권 없어 한계
옛수사팀에 명예훼손 피소당해

김학의 별장 性접대 의혹 관련
2차례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
金 뇌물 1억이상일 땐 시효 남아
장자연 사건도 고의 축소 의혹

文대통령 전형적 권력 비리 강조
법무장관도 “공수처 설치 필요”
재수사 과정서 檢 잘못 나오면
검찰 힘빼기 돌입 본격화 예상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게 된 데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오는 31일 활동 종료 예정이었던 과거사위 활동이 두 달 후로 연기된 가장 큰 이유도 김학의 사건의 파괴력 때문이다. 특히 과거사위는 지지부진했던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전형적 권력형 비리의 사례로 직접 언급한 뒤 검찰에 전격 재수사를 권고했다. 뇌물과 직권남용 등 혐의는 물론 수사 대상까지 적시했다. 과거사위는 활동 기한 내 추가 조사를 통해 검찰권 남용과 과거 수사 미진 등에 대한 부분을 밝혀 검찰에 추가 재수사를 권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1. 김학의 사건 왜 두드러졌나

2013년 3월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뒤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강원도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이 불거졌다. 2014년까지 두 차례 수사가 이뤄졌으나 김 전 차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부실수사 등을 했는지를 조사해왔다. 이후 문 대통령이 동남아 3국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학의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버닝썬 사건을 거론하며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경찰 등의 고의적인 부실 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건 중에서도 관심은 김 전 차관 사건에 가장 많이 쏠렸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일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반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했던 2008년을 기점으로 볼 때 강요(7년), 강제추행(10년), 성매매(5년) 등 가능한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나 재수사의 추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2. 金 특별수사단 구성되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김 전 차관 재수사와 관련,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예규인 ‘특별수사 감찰본부 설치 운영지침’에 따르면 사회의 이목을 끄는 중대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은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별수사단을 설치할 수 있다. 본부장은 고등검사장 또는 검사장이 맡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 인력을 차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사지휘나 보고 체계 등을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어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댓글조작’ ‘성완종 리스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등에서 특별수사단을 꾸려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의혹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성실히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3. 김학의 재수사 전망은

검찰 특별수사단은 우선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2009년 이후 사업가 윤 씨로부터 3000만 원 이상을 받았거나 2004년 이후 1억 원 이상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3000만 원 이상 뇌물의 경우 공소시효 10년, 1억 원 이상은 15년이다. 과거사위는 2005∼2012년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포괄일죄 문제도 있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김 전 차관이 수년 동안 여러 차례 나눠 받은 뇌물이 같은 대가를 위해 제공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나의 뇌물죄로 묶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뇌물 액수와 그에 따른 공소시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김 전 차관과 함께 수사 대상으로 적시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4. 공수처 설치 얘기는 왜

수사에 앞서 여당과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바람’을 잡고 있다. 공수처가 있었으면 2013년 인지 초기 단계에 사건이 해결됐을 것이란 논리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수사를 강조하며 “공수처가 설치돼 같은 일들의 진실이 제때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해당 사건을 두고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세 번째 수사를 던져 검찰의 힘을 빼놓고 공수처 여론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 2014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되짚는 ‘재재수사’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 상처가 나도 좋고, 만일 공소시효 소멸 때문에 수사에 난항을 겪어 성과를 내지 못해도 ‘역시 가재는 게 편’ 비난 여론을 만들어 결론적으로 ‘역시 공수처가 답’이라는 카드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의심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이 부각될수록 공수처 설치를 위한 추동력도 높아지게끔 만드는 전략이라는 의미다.

5. 남은 사건 처리 전망은

김 전 차관 사건 외에 장자연 리스트 사건, 용산 지역 철거 사건 등에 대한 결과 발표 역시 남아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2009년 여배우 장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문건이 발견되며 불거졌다. 문건에 나온 언론계 유력 인사에 대한 술접대나 성접대 강요가 실제 있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특히 과거사위는 관련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규명 중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이미 검찰에 한 차례 재수사 권고를 했으며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수사 당시 증거부족으로 불기소했던 인사를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용산 지역 철거 사건은 같은 해 용산 재개발 구역 철거에 반대하던 철거민 32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 발생으로 시위대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고 30명이 다쳤다. 이후 검찰은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이 화재 원인’이라며 철거민 20여 명을 기소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경찰의 과잉 진압의 위법성에 대해 검찰이 소극·편파적으로 수사했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6. 과거사위 언제 시작했나

과거사위는 2017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과거사위는 과거 검찰권 남용 사례 등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한 뒤, 진상 규명 후 재발 방지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사항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본 활동 기간을 6개월로 정하되 필요할 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금까지 총 4차례 기한을 연장해 5월 말 활동 기간이 끝난다. 특히 검찰을 대상으로 이 같은 기구를 출범시킨 건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그만큼 검찰의 반발이 강했고 폭발력 강한 사건이 많아 쉽사리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경찰(과거사진상규명위), 국가정보원(과거사조사위), 국방부(과거사위) 등 권력기관이 모두 비슷한 명칭의 기구를 구성해 과거 잘못된 판단을 선정하고 사과 등을 한 바 있다. 대법원도 주요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단을 내리는 조치를 했다.

7. 조사대상과 위원회 구성은

과거사위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변호사·언론인 등 8인에 법무부 법무실장을 포함, 9인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재심 등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또는 공소제기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법무부는 조사 대상 사건 수사 기록이 검찰에 보존돼 있기 때문에 원활하고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대검찰청 산하에 별도의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설치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한 후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보완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총장 사과나 검찰 재수사를 권고하는 역할도 맡았다. 대검의 진상조사단은 팀별로 교수 2명, 변호사 2명, 파견 검사 2명으로 구성됐다.

8. 어떤 활동을 벌여왔나

과거사위는 총 15건의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지금까지 11건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11건의 사건은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PD수첩 사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남산 3억 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서울시 탈북 화교 공무원 유우성 사건 △KBS 정연주 배임 사건이다. 이 중 남산 3억 원 사건의 경우 재수사 권고가 이뤄져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수사 중이다. 약촌오거리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 KBS 정연주 배임 사건 등에서는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의 경우 유 씨가 과거사위 결과 발표 후 당시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유 씨는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이 사건 조작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고소 취지를 밝혔다.

9. 활동의 법적 한계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근거 규정은 법령이 아닌 훈령으로 돼 있다. 각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규정’과 대검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운영규정’이다. 훈령은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으로 일종의 행정명령이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강제수사권도 없다. 실제 김학의 전 차관은 조사단의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했으나 강제 구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영희 조사단 총괄팀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규정 자체가 법률이 아닌 훈령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강제수사권에 대한 얘기가 없어 압수 수색을 하거나 금융 내역을 들여다보거나, 통화 내역을 법원에 신청해서 받아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김 전 차관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소환에 불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10. 옛 수사팀과 갈등 배경은

특히 훈령에는 조사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조사팀에 대한 제척·기피와 피조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이의신청을 받는 등 공식화된 제도가 없다. 그렇다 보니 오래전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을 조사한 과거사위는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축소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수사팀 측은 “막무가내로 개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가 검찰권을 남용했다며 “검사의 객관 의무를 위반한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다”고 지적하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당시 수사 검사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지난해 말 피해자들을 고소했다. 용산지역 철거 사건도 김 총괄팀장의 외압 폭로에 당시 수사검사들이 “수사팀은 진상조사단에 법과 원칙에 따른 조사와 심의를 요청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