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공개한 박찬욱
왓챠플레이, 6부작 전편 공개
英·美 방송서 삭제됐던 장면
韓 OTT서는 모두 볼 수 있어
이·팔 현지인 배우 쓰려고 노력
민감한 역사 문제라 더 신경써
“제게 한국 관객은 특별해요. 제대로 된 최상의 버전을 보여드리려고 감독판을 틀어달라고 애걸복걸했어요.”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의 ‘감독판’(사진)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플레이가 수입해 국내에서 방영한 배경에는 박 감독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 왓챠플레이는 지난달 29일 6부작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전편을 공개했다. 영국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휘말려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을 잡는 스파이 역할을 맡게 된 영국 배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국 BBC와 미국 AMC가 공동 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방영됐다. 국내에서는 방송판(채널A)과 감독판을 모두 볼 수 있다. 박 감독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BBC는 폭력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대해 엄격하다”며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드러낸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판에서는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판에 많은 공을 들였다. 또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 등 홍보에도 적극 참여했다.
“왓챠플레이가 한국 방영 판권을 얻은 후 간곡하게 사정해 감독판을 틀게 됐어요. 또 전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제 부탁을 다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감독판 만드는 데 50만 달러(약 5억6700만 원)가 추가로 들었어요. 제작사에서 ‘개선된 버전을 보고 싶다’며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자막 작업도 번역가와 함께했어요. 제가 한글로 쓴 대사를 영국인 작가가 영어로 손 본 거라서 제가 개입해서 하는 게 맞죠. ‘스토커’도 그렇게 했어요. 각본을 새로 쓰는 것처럼 창조적인 작업이죠.”
그에게 “첫 드라마 작업을 결정하며 고민은 없었냐”고 묻자 “없었다”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극장에서 보며 충격을 받긴 했다”고 말했다.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많은 인물이 나오는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 만들어서 런던영화제에서 1, 2편을 상영하며 충격을 받았어요. 유난히 스크린이 크고, 사운드도 좋은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볼 수 없구나’ ‘이게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는 ‘다시는 드라마 못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야 할 기가 막히게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또 극장 상영을 포기하겠죠(웃음).”
그는 “첩보활동과 로맨스가 별개로 떨어져 있지 않은 점이 좋았다”고 원작의 매력을 설명하며 이 드라마를 즐기는 요령을 소개했다.
“주인공이 테러리스트와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하며 실제로도 사랑에 빠지는데 그게 모두 음모와 스파이게임의 일부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6부 중 1, 2편은 조금 천천히 보여주며 등장 인물을 소개하려 했고, 3편부터는 빨라지다가 뒤에 가서 다시 후일담을 풀어내며 속도를 늦췄어요. 또 각 편의 테마에 맞는 최적의 엔딩을 만드는 일도 재미있었고요. 주인공이 모험 여정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람이나 대상과 마지막에 만나는 구조죠.”
이 드라마에는 플로렌스 퓨(찰리 역)와 마이클 섀넌(마틴 역),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디 역) 등 실력파 배우들과 함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플로렌스는 용기와 대담성, 모험심, 호기심 등을 갖춘 배우고, 알렉산더는 깊이 있고 복합적인 연기를 보여줘요. 마이클은 많은 감독이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배우고요. 런던에서도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느낌이 드는 배우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지만 최대한 현지인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항공료 등 비용이 더 들었지만 좋은 배우들을 만나 행복했어요.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배우들이 현장에서 친구가 되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4개월의 촬영 기간과 후반 작업 등 1년 넘게 해외에서 지낸 그가 조금 수척해진 느낌이 들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느냐”는 말을 슬쩍 건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아픈 역사를 공부했지만 이게 민감한 문제라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원작이 그런 균형을 잘 잡아놨지만 계속 양측에 확인을 받아가며 작업했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배우들이 조언을 해주며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런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었죠. 방송국, 제작사와 의견 차이는 언제나 있는 일이에요. ‘스토커’ 때도 그랬고요. 시간이 충분하면 설득하거나 양보해서 완전히 조율하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일부 타협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감독판이 더 중요한 거예요. 살은 별로 안 빠졌는데 머리가 좀 셋죠(웃음).”
평소 “반복하는 걸 싫어한다”고 밝힌 그에게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 서부극 스릴러 ‘브리건즈 오브 래틀크리크’의 투자가 결정되면 그걸 먼저 할 거고, 아니면 국내에서 미스터리 수사 스릴러를 만들 거예요. 제가 살아온 과정과 현재의 삶도 그리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하게 계속 살아왔죠. 그러다 보니 일을 할 때는 새롭고 자극적인 걸 찾게 돼요. 편안한 상태가 되면 바로 지루해지거든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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