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9%의 3배수준 달할듯
부결 80~90%는 감사 선임건
10~20%는 한개도 처리 못해
재계 등 “섀도보팅 폐지 부작용
3%룰·의결 정족수 기준 조정을”
올해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등 안건이 부결된 회사가 175개가량으로,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 중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3.9%)의 세 배에 달하는 비율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신(新) 외부감사법(외감법)’ 시행으로 감사 역할도 강화된 만큼 ‘3%룰’(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의결정족수’ 기준(발행주식 총수의 25%)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주주총회를 개최한 1750여 개 상장사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중 10%(175개사) 이상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상장사의 80~90%는 감사 선임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10~20%는 감사 선임을 포함해 정관변경, 재무제표·임원 보수 승인, 이사 선임 등 단 한 개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주총을 연 1933개사 중 76개사(3.9%)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잠정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바뀔 수 있지만, 안건 부결 상장사의 비율이 10%를 넘어가는 것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이런 상장사가 내년엔 238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건 부결 사태가 속출하는 이유는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된 영향이 크다는 게 재계와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더는 주총에 불참한 주주를 대신해 참석 주식 수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게 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감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발행주식 총수의 3%로 묶여 감사 선임이 불발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회계 관리와 감사인 규제가 강화된 ‘신외감법’ 시행으로 감사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감사조차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참여율이 낮아 의결정족수 달성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주로부터 의결권 위임장을 받기 위해 의결권 대행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억대에 달한다고 토로한다.
3%룰과 의결정족수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건 수익이지 경영권엔 관심이 없다”면서 “미국, 스위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세계 어디에도 의결정족수 규제가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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