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교육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일반적으로 초중등교육은 시·도 교육청에 주어져 있고 그 책임도 시·도 교육감이 진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있으며 교육부 장관의 책무는 무엇인가. 그것은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국가 전체적으로 기초공통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특히 온 국민의 기초학력을 책임지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읽고 말하고 셈하는 국민 기초학력의 충실화를 통한 시민 역량 함양이라는 공공재가 미치는 범위가 전국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중·고생의 기초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 학생의 수학 과목에 있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1.1%나 돼 7.1%였던 2017년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고2 학생도 10.4%에 이른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가가 매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이다. 이번 평가는 전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가운데 3%인 2만6255명만을 대상으로 표집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1986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보통 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 미달’(20점 미만) 등으로 나눈다. 기초학력 미달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인데 해마다 이 범주에 속한 학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하게 된다.
모든 학생에게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2012년에는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6%까지 줄었다. 그러나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이 이를 일제고사니, 서열을 부추기는 줄 세우기 시험이니 하면서 반대가 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일부 학교만 치는 평가로 바뀌고, 학교별 성적도 공개되지 않는다. 학교 간 잘 가르치기 경쟁이 사라지니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가속화하는 것이다.
학력 미달 학생이 늘자 교육부는 뒤늦게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학교가 자율적으로 초3∼중3 학생 대상으로 학기 초마다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하는데, 이를 모든 초1∼고2까지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진단평가 없이는 집중적인 대책 강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학교 담임·상담·보건 교사 등으로 이뤄진 지원팀을 구성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맞춤형으로 도울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보충학습 지도를 위한 보조 인력 배치도 확대하고 저소득층 밀집 지역, 농산어촌 등을 중심으로 최우선 배치해야 한다. 혁신학교, 고교학점제도 좋지만, 이는 시·도 교육청의 역할이다. 국가의 역할은 기초학력 보장, 특히 특별교부금 재원을 활용해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만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배우는 교과목이고, 중학교는 국가가 책임지고 가르치는 의무교육인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 이상이라는 것은 국가의 학교교육이 사실상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은 대부분 저학력·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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