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판결보고서 작성
현직 법관 첫 증인석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확보한 USB가 법정 증거로 쓰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 압수수색이 정당하지 않다는 논란이 불거진 임 전 차장의 USB를 증거로 채택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영장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였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법원행정처 관련 문서들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 결정에 의해 USB가 사무실에 있음이 확인돼 그 한도 내에서 사무실 PC 압수수색이 적법하다”며 “압수수색 영장 기재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과의 객관성, 관련성이 인정되며 원본 반출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 형사소송법 313조 1항 전문(傳聞)증거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USB에 담긴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 중 임 전 차장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향후 법정에서 증거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도 열렸다. ‘사법부’ 재판이 본격화한 이후 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각종 재판 관련 문건을 생산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특정 재판의 처리 시기와 결론을 청와대와의 협상 방안으로 검토한 문건이라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이 이 사건 관련자들을 지칭할 때는 가급적 종전 지위 자체만을 사용해주길 바란다”며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법원행정처장님, 기획조정실장님 등 존칭을 사용하면 기존 관행에 따른 존경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 전 차장은 “형사소송법은 2개 이상 사항을 하나로 묻는 복합질문, 포괄신문 금지, 위협·모욕적 질문, 의견을 묻거나 법적 평가를 묻는 의도신문 등을 금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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