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디폴트채권 20兆 사상최대

국내 업체들 최근 앞다퉈 진출
수천억 위험노출 ‘투자 주의보’
개인도 펀드 투자 손실 가능성
금감원 “관리감독 강화하겠다”


중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높아지면서 여기에 투자한 한국 금융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나서는 가운데 ‘차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블룸버그와 중국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그동안 부실 국유기업들을 뒷받침해 온 중국 지방 정부의 지원 고리가 끊어지면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민영기업뿐 아니라 국유 기업의 디폴트가 발생하는 등 중국 기업 투자 리스크가 치솟고 있다.

최근 중국 칭하이(靑海) 성의 대표적인 국유기업 칭하이주정부투자그룹(QPIG)은 역외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과거와 같이 무조건 구제해 주지 않는 것으로, 앞으로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지속하고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부도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위안화 표시 채권은 1196억 위안(약 20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노무라은행은 이보다 더 많은 1596억 위안으로 추산했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2017년에 비해 4배나 불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다.

이런 가운데 근래 이어진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큰 손실을 떠안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와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현대차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BNK투자증권 등이 수백억 원씩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으며, 이 회사의 ABCP를 기초 자산으로 한 펀드도 일반 투자자들에게 일부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형 민영 투자회사인 중국 민성(民生) 투자그룹(CMIG)은 최근 계열사가 일시적으로 디폴트 상황에 빠지며 유동성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는 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권 자금이 투자돼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2015년 4월 CMIG와 합작해 중민국제융자리스를 설립, 지분을 보유 중이다. CMIG의 자회사인 재보험사 중민국제에 유상증자를 하는 등 CMIG에 대한 투자 규모가 총 4800억 원에 달한다.

펀드 등을 통해 이미 중국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도 있어 앞으로 중국 기업의 부실화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본점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우려될 경우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영·황혜진 기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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