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집착을 넘어 자부심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1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주창한 임금주도 성장이 자영업자가 많은 국내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도 했다. 문 정부 들어 고용참사, 소득 파탄이 이어지며 중소기업·자영업자·취약계층 비명이 급증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인식이다.

‘족보’를 따져봐도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이 된 ILO 임금주도 성장론부터 결코 뼈대가 있는 이론이 아니다. 2012년 포스트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들이 쓴 ‘임금주도 성장: 개념, 이론, 정책’ 논문은 무리한 가정에 의존해 현실감이 떨어진다. 한 나라에서 임금을 올리면 생산 비용이 늘어 품질·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른 나라도 함께 임금을 올리지 않는 한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외면 받게 된다. 수익성이 악화한 기업은 종업원을 줄이거나, 해외 이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북한처럼 폐쇄 경제라면 모를까, 글로벌 개방 경제에서는 성장을 이끌 동력이 없어진다. 게다가 임금주도 성장은 일자리 가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이론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고용된 근로자 소득은 높아졌어도, 그 이면에서 수많은 소상공인과 취약 근로자들이 생업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실증된 적이 없는 임금주도 성장 가설이 국내에 들어와 악성 진화한 것이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 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안전망 개념을 일자리를 없애면서 세금으로 보조하는 ‘봉급 대신 배급’ 시스템으로 이해한다면 거대한 착각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정통 경제학에 그런 ‘이론의 족보’는 없다. 문 대통령의 인식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심어준 참모들도 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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