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위원

닉슨 美 대통령 불명예 퇴진도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것도
‘국민 欺罔’이 근본적 원인

인사 실패 사실대로 인정해야
경제와 안보 현실도 마찬가지
진실 덮으면 ‘정부 실패’ 귀결


문(門)을 뜻하는 영어 ‘게이트(gate)’가 ‘조직적 권력형 범죄’로도 의미가 확장된 계기는 미국 정치사에 큰 오점으로 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을 획책한 비밀공작팀이 1972년에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있는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닉슨 대통령은 재선됐으나, 탄핵 결의안이 1974년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가결되고 상원 통과도 앞둔 상황에서 ‘임기 중 퇴진한 미국 최초의 대통령’ 불명예를 안았다. 도청 시도 자체보다 거짓말이 더 문제였다. 자신과 무관하다는 거짓말이 탄로 나고, 은폐 공작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을 속이고 비선실세(秘線實勢)를 통해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확인돼, 한국 최초로 파면당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권력이 진실을 감추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몰락하거나 역사에 오점으로 남게 마련인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국정 책임자들의 무지(無知)·무식(無識)·무개념(無槪念) 등도 국민에게 짓는 죄이지만, 거짓말은 더 큰 죄악이다.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로 덮으려고 해서는 인사도, 정책도 실패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우선 정직(正直)해야 한다. 사실부터 호도(糊塗)해선 안 된다.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고 둘러대며 거짓말을 해오다가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나는 몰랐다. 아내가 한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그를 발탁한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를 사실대로 자인(自認)도, 자책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넘긴 국무위원 후보자로는 처음으로 지명을 철회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흠결들이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 전문가’ 오명까지 자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했으나, 그 일탈이 요지경이다. 심지어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 비호가 지나치다 못해 ‘북한 통일전선부장 후보’라는 일각의 지탄까지 받았다. 그는 낯뜨거운 저질 막말도 일삼아 인성(人性)부터 공직 무자격자라는 개탄도 자초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부적격 사유가 전방위에 걸쳐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 전입 4회는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은 배제’라는 청와대의 ‘7대 기준’에도 정면 위배된다. 그는 스스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에도 7대 기준을 적용·준수했다”고 거짓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 문 대통령 의중을 떠받들기 위해 거짓말도 주저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 식으로 국민을 기망(欺罔)하는 유체이탈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야당과 언론에서) 인사·민정 라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특별한 지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도 했다. 언론과 야당이 후보자들의 흠결과 함께 인사 추천·검증 부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사실까지 없던 일로 돌렸다. 후보자들의 흠결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 과정에) 다 체크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게 없다던 지난 3월 18일 당시 대변인의 앞뒤조차 안 맞는 강변도 그는 되풀이했다.

엄연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말로 덮으려고 하는 문 정부 행태는 인사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지표로도, 현실로도 확인되는 경제 난국의 심화에 아랑곳없이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 다행”이라고까지 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폐해가 적나라한데도 “긍정 효과가 90%”라고 우겼던 식의 반복이다. 문 대통령부터 그러고 있으니, 거의 모든 부처 장관도 그러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 폭침조차 북한의 기습 공격이라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육성으로 명확히 지적하기를 회피하는 것도 달리 배경이 있기 어렵다. 오죽하면 SNS에선, 한자 ‘문(門·問·聞)’을 ‘文’으로 바꿔 문 대통령의 빗나간 인식 등을 풍자하는 ‘신(新)사자성어’들까지 퍼지고 있겠는가. ‘문 대통령이 동쪽을 가리키면 서쪽이 정답’이라는 의미의 ‘동문서답(東文西答)’이 대표적이다. 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민과 진실 앞에 정직하기부터 해야 할 때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