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경제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홍남기(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경제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수도권 균형발전 항목 제거
자체 재원확보도 별도 고려

비수도권은 경제성 없어도
균형발전 명목 통과 가능성

종합평가 재정분과위 설치
“정치권 영향력 커질 우려”

SOC사업 추진 수월해져
“내년 총선용 선심성 정책”


정부가 3일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은 지방에 이어 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을 쉽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된 예타 제도가 이번 개편을 계기로 사실상 무력화(無力化)할 것”이라며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비수도권(지방) 23개 사업, 24조1000억 원(총사업비, 잠정)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예타 면제 발표가 예외 조항을 활용한 것이었다면, 이번 예타 제도 개편은 제도 자체를 바꿔 지방의 SOC 사업 추진을 수월하게 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에 예타 종합평가(AHP·Analytic Hierarchy Process)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눴다.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현행보다 5%포인트 높이는 대신, 경제성 가중치를 낮췄다. 또 비수도권 균형발전 평가 시 지역 낙후도를 ‘가·감점제(加·減點制)’에서 ‘가점제(加點制)’로 변경했다. 지방 SOC 사업의 경제성이 떨어져도 예타 통과가 쉽도록 변경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비수도권 SOC 사업에 대해서만 예타 면제를 발표한 뒤, 수도권은 강력히 반발해왔다. 경기 수원시는 2월 8일 공식 자료를 통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재부가 올해 안에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 예타가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문화일보 2월 25일자 18면 참조)

정부는 이번 예타 개편 방안에서 “원인자 부담 등으로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 등에 대해서는 정책성 평가를 할 때 특수평가 항목에서 별도로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광역교통분담금에서 호매실 1500억 원과 광교 3500억 원 등 총 5000억 원의 입주민 분담 재원을 가진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예타 종합평가 가중치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으로 변경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B(GTX-B) 사업 등 수도권 대형 SOC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수도권 지역 중에서 접경 지역, 도서 지역, 농·산·어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하기로 해 일부 지역에서는 ‘예타 특수’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예타 제도 개편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비용편익 분석(B/C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조사기관이 담당하지만, 종합평가는 기재부에 설치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분과위원회가 수행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예타가 ‘정치 바람’을 많이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외부 전문가 등을 많이 포함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제2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꼴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최임위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 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의견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아서 결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공익 위원의 의견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종합평가를 기재부에 설치되는 위원회가 맡으면 정치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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