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표, 日서 구입뒤 판매
구입자 감정해보니 가짜 판명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장모(67) 씨는 지난해 8월 도자기를 주로 취급하는 50대 여성 윤모 씨에게서 일본 유명 작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그림 ‘노란 호박 3호’를 무려 2300만 원을 주고 구매했다. 구사마는 물방울 등의 같은 문양을 반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일본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한 경매회사를 통해 ‘구사마 야요이 재단’에 그림 감정을 의뢰했는데 “진품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매회사 측은 “노란 호박 3호 진품 시세는 최소 3000만 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화가 난 장 씨는 “그림값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윤 씨는 자신도 가짜인지 모르고 산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윤 씨는 “일본의 한 난전(亂廛)에서 1500만 원에 이 그림을 샀으며 고의로 가짜를 팔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난전은 우리나라의 벼룩시장과 같은 곳으로, 거래되는 작품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장 씨는 결국 자신에게 가짜 그림을 판매한 혐의(사기)로 윤 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와 윤 씨를 조만간 불러 대질심문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화랑업자들은 유명화가 작품의 진위는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A 씨는 “잘 알려지거나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진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위작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구매할 땐 꼼꼼히 살펴봐야 하며 특히 난전에서 판매하는 작품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예술법 전문가인 캐슬린 킴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공식 갤러리나 재단처럼 신뢰할 만한 곳에서 산 게 아니라면 작품이 진품이 맞는지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며 “해당 작가의 재단이나 감정인이 써 주는 진품 보증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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