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이 분야 산업 생태계 조성 지원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 일원의 영광풍력발전단지 종합운영센터에서 열린 ‘영광풍력 발전설비 준공식’에 이낙연(왼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와 김영록(〃 네 번째) 전남지사, 박일준(〃 여섯 번째) 동서발전 사장 등이 참석했다.  동서발전 제공
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이 분야 산업 생태계 조성 지원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 일원의 영광풍력발전단지 종합운영센터에서 열린 ‘영광풍력 발전설비 준공식’에 이낙연(왼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와 김영록(〃 네 번째) 전남지사, 박일준(〃 여섯 번째) 동서발전 사장 등이 참석했다. 동서발전 제공
- ‘재생에너지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태양광 수요적어 가격경쟁력↓
상품 차별화·생태계 보강 과제
REC, 경쟁입찰로 단계적 전환

하반기 모듈 최저효율制 도입
작고 효율성이 높은 제품 우대
2년뒤 廢모듈 재활용센터 구축

셀 한계효율 23%↑단가 10%↓
풍력 터빈 등 핵심부품 국산화
입지 등 규제완화 지속적 노력

생산시설 투자에 5000억 지원
1000억 재생에너지 펀드 조성
해외진출 기업엔 수출금리혜택


정부가 미래 산업인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밑그림을 내놨다.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8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진행될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밑그림이다. 지금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는 일부 대기업의 투자가 있었지만 대부분 값싼 중국산 제품, 혹은 기술을 독점한 유럽 업체에 장악당했었다.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해 정책 목표만 제시했을 뿐 이를 달성할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해선 기대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이 같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현실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선두에 서기 위한 정책 비전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며 “이번 대책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주기적 이행 점검과 함께 정책 발표 이후에도 업계와 상시 소통하면서 이행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중국, 풍력은 유럽… 가격·기술 측면에서 한국 앞질러 = 중국은 이미 태양광 강국이다. 태양광 산업은 밸류체인 전반에서 가격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소인데, 자국 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은 원료 생산부터 태양광 설치(소비)까지 모든 단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22년까지 전 세계에 태양광 발전시설은 1038GW가량(연평균 9.8% 증가)이 설치될 전망인데, 중국이 이를 주도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미 중국은 자국에 53.1GW 태양광 발전을 설치한 상태다.

중국 이외 다른 나라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고효율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는 자국 내 태양광 발전 기업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기도 한다. 미국은 지난해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수입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터키 역시 올해부터 태양광 발전 설치 시 자국산 제품을 일정 비중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만은 정부가 태양광 기업을 합병하고 여기에 정부 자금을 출자하기도 했다. 태양광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의 힘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풍력의 경우 유럽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풍력은 터빈 제조기술이 핵심 경쟁요소로, 덴마크의 ‘베스타스’사가 전 세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 등은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들도 원가절감과 기술격차 축소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풍력발전은 840.9GW가 설치될 전망인데, 이들 국가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의 경쟁력은 시장 주도국가들에 비해 아쉬운 모습이다.

태양광의 경우 높은 생산원가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수요처 확보가 마련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태양광 소재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 원가나 셀·모듈 생산 비용은 경쟁국인 중국에 한참 뒤처진 상태다. 다만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수출중심의 전주기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어 제품의 차별화, 생태계 보강 등을 통해 충분히 도약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풍력은 덴마크 베스타스와 같은 기술력을 갖춘 곳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이나 유니슨과 같은 기업이 풍력터빈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유럽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기업 수는 물론 산업구조 형성이나 협소한 내수시장 등으로 인해 가격경쟁력 확보도 어렵다.

정부는 이 같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 연관산업과 접목하고 안정적 내수시장을 만드는 한편,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고품질 제품에 인센티브로 경쟁력 키워 =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결국 이 같은 불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부는 먼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확보의 1순위를 ‘품질’에 뒀다. 우수한 제품에 대해서는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해 이들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REC)’제도를 친환경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탄소인증제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설비의 생산·운송/설치·폐기 등 전(全)주기에서 탄소배출량이 적은 설비에 대해 REC 가중치를 우대한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REC 거래를 친환경성, 산업기여도 등을 고려할 수 있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자체입찰·수의계약(공급의무사)에 시범 적용을 추진하고, 이 성과를 토대로 2022년부터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 발전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폐모듈 처리 역시 새로운 시장으로 키운다. 태양광 수요가 늘어날수록 폐모듈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233t인 폐모듈은 2030년엔 1만9077t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폐모듈 재활용센터를 2021년까지 구축해 매년 3600t의 폐모듈을 처리하고, 재활용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시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상품의 고품질화를 위해 최저효율제도 도입한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작고 효율성이 높은 태양광 모듈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태양광 모듈 한국산업표준(KS)에 최저효율기준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하고 고효율제품을 우대할 방침이다. 또 소비자 보호, 효율 유지 등을 위해 KS 인증심사 기준에 국내 애프터서비스(A/S) 조직·인력·설비 요건 등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존 산업들이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정부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 제품에 ICT, 연관산업 등을 융·복합해 제품 자체를 차별화하고 시스템 차원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가령 건물 외장재용 태양광 시장을 창출하거나,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5세대(5G) 기반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확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수시장 확대 등으로 산업 생태계 강화 =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이 먼저 확보돼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내수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의 모멘텀이 유지되도록 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3020’에서 밝힌 서남해 해상풍력(2.4GW) 추진과 재생에너지의 공공기관 설치 확대, 발전 설비 확대에 따른 계통 확충 등을 통해 대규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입지규제 완화 등 지속적인 규제 해소와 인허가 절차에 대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는 원스톱 통합지원시스템도 구축한다. 또 기존 노후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RE 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자발적 캠페인)’ 이행기반을 마련해 민간 주도의 투자도 확대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연구·개발(R&D)로드맵도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먼저 태양광은 2022년까지 양산 셀 한계효율을 23%까지 높이는 동시에 10% 이상 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효율 35%까지 가능), CIGS화합물 등 차세대 전지소재(형광체 등)·장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풍력의 경우 2022년까지 터빈 블레이드나 발전기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중장기적으로 10㎿급 이상 초대형 및 부유식 터빈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나선다.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등도 아끼지 않는다. 산업부는 총 5000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투자 금융지원과 함께 10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용펀드를 조성한다. 또 중소기업 원부자재 공동구매 대금 지급 보장과 함께 스마트공장 구축 등으로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구조 혁신을 돕는다. 이와 함께 산업기반이 있거나 대규모 사업이 예정된 5개 권역(전북·전남·동해·경남·충청권)에 연구·기반시설 등 인프라를 보강해 차별화된 생태계 및 재생에너지 산업 혁신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요 국가별 시장 규모, 성장 가능성 등을 분석해 특성에 맞는 진출 전략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 수출 활성화를 돕는다. 가령 독일·미국은 ‘대규모 성숙시장’, 일본·호주는 ‘전력특성화 시장’,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은 ‘동반진출시장’으로 명명해 이들 시장에 적합한 수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해외 진출 기업에는 수출금융 우대(금리 1%포인트 차감), 해외 프로젝트 수주 시 보험요율 인하(최대 10%)를 제공하는 한편 발전사·제조기업 간 해외 동반 진출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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