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탈원전 부작용을 지적한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을 감사(監査)한 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지난해 4월 ‘탈원전에 따른 발전단가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2030년 전기요금이 적게는 15%, 많게는 56%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탈원전에도 전기료 인상이 10.9%에 그칠 거라는 문재인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연구 결과다. 그러잖아도 문 정부의 전기료 전망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적잖았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 비중을 줄이고, 훨씬 비싼 LNG와 태양광 등을 늘리면 전기료는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해 연말 보고서 작성·검토에 참여한 연구원 5명 모두에 대해 감봉·견책·경고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당사자 소명 등 절차가 진행 중이며, 최종 징계 수위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말 중앙연구원장도 사실상 좌천 발령을 냈다. 한수원은 외부 교수의 설비 용량 중복 계산을 연구원들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한다. 일부 과정이 미흡했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연구의 전체 흐름이 바뀔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해 못할 건 한수원의 처신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공기업이다. 그곳 연구원이라면 탈원전 영향을 세밀히 분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게 본분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전이용률이 떨어지면서 5년 만에 적자 반전했다.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4월 임명 직후 회사명에서 원자력을 빼려 했고, 6월 기습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 조기 폐로를 결정했다. 이런 이상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보복 징계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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