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戰後 최빈국의 원자력 승부수
사명감으로 이뤄낸 기술 자립
60년 積功 내치고 있는 文정부
차기 정권은 탈원전 유지 부담
생태계 무너지면 회복 어려워
하루라도 빨리 오류 시정해야
4·3 보선 창원성산에서 범여권 후보를 끝까지 괴롭힌 이슈는 탈(脫)원전이었다. 창원은 원전 설비 대기업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중소 원전 기자재·설계 업체들이 밀집한 곳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줄줄이 백지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어느 날 원전은 괴물이 됐고, 원전 노동자는 죄인이 됐다”는 두산중공업 근로자들의 절규가 현지 정서를 대변한다.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을 찾은 미국 전력계 거물 워커 시슬러 박사가 한 말이다. 그가 우라늄과 석탄이 든 나무상자를 들고 와 “우라늄 1g으로 석탄 3t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하자 전력난에 시달리던 전후(戰後) 최빈국은 ‘원자력의 길’을 선택한다. 원자력연구소를 세우고, 연구용 원자로 기공식을 연 1959년이 한국 원자력 원년이다.
원자력 60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1986년 12월 14일 원자력연구소에서 열린 ‘출정식’이다. 그날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의 설계센터로 파견 근무를 떠나는 44명의 원자로 계통 설계요원들은 ‘필(必) 설계기술 자립’을 삼창하면서 성공 못 하면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3년의 각고 끝에 전원 복귀해 1996년 국산화율 95%의 영광 3·4호기를 준공하는 주역이 됐다. 이렇게 구축한 한국형 모델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의 길을 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내일 개원 60주년 기념식, 사실상 한국 원자력 회갑연을 갖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한국은 40년 동안 독자적 기술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왔고, 그 안정성과 경제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 이는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다. 지난 2월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탈핵 국가’를 선언한 후 ‘60년 적공(積功)’ 원전은 버려야 할 위험물로 전락했다. 과학적 논리나 전문가 참여 없이 불쑥 결정됐고, 원전 피해를 과장한 영화 한 편이 불을 붙였다. ‘21세기 불가사의’라는 원전 우등국의 탈원전은 2년이 채 안 돼 허구성을 전방위로 드러내고 있다.
신규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서울대·카이스트 등에선 미래 원자력 두뇌 발길이 끊겼다. 원전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발전 5개사의 순이익은 2년 새 100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상장사 한국전력도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역설적으로 환경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으로 훼손된 산지는 이번 강원 산불 피해의 4.6배에 달한다. 원전보다 강철을 10배 이상 쓰는 태양광 폐기물도 미래 골칫거리다. 신재생 발전 설비는 외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화석연료 LNG로 대체하면서 미세먼지도, 발전 비용도 늘어만 간다.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에 나섰지만, 값싼 발전원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료 인상을 경고한 한수원 연구자들은 징계를 받을 처지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문 정부 탈원전 기조도 그렇다. 국내에선 위험하다고 안 지으면서 수출은 하겠다는 이율배반은 국제사회의 조소를 불렀다. 신규 원전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사이 틈새를 비집고 원전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굴기가 무섭다. 급기야 “탈원전은 부적절한 용어”라는 국무총리 발언도 나왔다. 대선 국면의 과장 언어일 뿐, 60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정책이란다. 과연 그 정도 ‘온건한’ 정책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인가.
60년이라면 정권이 12번 바뀌는 시간이다.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은 60년을 갈 수 없다. 탈원전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3년 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당연히 탈원전은 폐기될 것이고, 정권이 유지되더라도 새 정부는 부담을 안고 갈 것 같진 않다. 어차피 탈원전은 뒤집히게 돼 있다. 문제는 그 비용 또한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한 번 무너진 원전 서플라이 체인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탈원전 고집을 꺾는 것이 차선의 시나리오다. 문 정부 인사들 역시 소득주도 성장처럼 탈원전도 애초 취지와 어긋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용기다. ‘탈원전 60년’ 궤변 대신 피땀으로 쌓아 올린 ‘원자력 60년’ 의미를 되짚어 보길 바란다.
戰後 최빈국의 원자력 승부수
사명감으로 이뤄낸 기술 자립
60년 積功 내치고 있는 文정부
차기 정권은 탈원전 유지 부담
생태계 무너지면 회복 어려워
하루라도 빨리 오류 시정해야
4·3 보선 창원성산에서 범여권 후보를 끝까지 괴롭힌 이슈는 탈(脫)원전이었다. 창원은 원전 설비 대기업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중소 원전 기자재·설계 업체들이 밀집한 곳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줄줄이 백지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어느 날 원전은 괴물이 됐고, 원전 노동자는 죄인이 됐다”는 두산중공업 근로자들의 절규가 현지 정서를 대변한다.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을 찾은 미국 전력계 거물 워커 시슬러 박사가 한 말이다. 그가 우라늄과 석탄이 든 나무상자를 들고 와 “우라늄 1g으로 석탄 3t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하자 전력난에 시달리던 전후(戰後) 최빈국은 ‘원자력의 길’을 선택한다. 원자력연구소를 세우고, 연구용 원자로 기공식을 연 1959년이 한국 원자력 원년이다.
원자력 60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1986년 12월 14일 원자력연구소에서 열린 ‘출정식’이다. 그날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의 설계센터로 파견 근무를 떠나는 44명의 원자로 계통 설계요원들은 ‘필(必) 설계기술 자립’을 삼창하면서 성공 못 하면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3년의 각고 끝에 전원 복귀해 1996년 국산화율 95%의 영광 3·4호기를 준공하는 주역이 됐다. 이렇게 구축한 한국형 모델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의 길을 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내일 개원 60주년 기념식, 사실상 한국 원자력 회갑연을 갖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한국은 40년 동안 독자적 기술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왔고, 그 안정성과 경제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 이는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다. 지난 2월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탈핵 국가’를 선언한 후 ‘60년 적공(積功)’ 원전은 버려야 할 위험물로 전락했다. 과학적 논리나 전문가 참여 없이 불쑥 결정됐고, 원전 피해를 과장한 영화 한 편이 불을 붙였다. ‘21세기 불가사의’라는 원전 우등국의 탈원전은 2년이 채 안 돼 허구성을 전방위로 드러내고 있다.
신규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서울대·카이스트 등에선 미래 원자력 두뇌 발길이 끊겼다. 원전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발전 5개사의 순이익은 2년 새 100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상장사 한국전력도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역설적으로 환경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으로 훼손된 산지는 이번 강원 산불 피해의 4.6배에 달한다. 원전보다 강철을 10배 이상 쓰는 태양광 폐기물도 미래 골칫거리다. 신재생 발전 설비는 외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화석연료 LNG로 대체하면서 미세먼지도, 발전 비용도 늘어만 간다.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에 나섰지만, 값싼 발전원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료 인상을 경고한 한수원 연구자들은 징계를 받을 처지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문 정부 탈원전 기조도 그렇다. 국내에선 위험하다고 안 지으면서 수출은 하겠다는 이율배반은 국제사회의 조소를 불렀다. 신규 원전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사이 틈새를 비집고 원전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굴기가 무섭다. 급기야 “탈원전은 부적절한 용어”라는 국무총리 발언도 나왔다. 대선 국면의 과장 언어일 뿐, 60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정책이란다. 과연 그 정도 ‘온건한’ 정책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인가.
60년이라면 정권이 12번 바뀌는 시간이다.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은 60년을 갈 수 없다. 탈원전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3년 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당연히 탈원전은 폐기될 것이고, 정권이 유지되더라도 새 정부는 부담을 안고 갈 것 같진 않다. 어차피 탈원전은 뒤집히게 돼 있다. 문제는 그 비용 또한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한 번 무너진 원전 서플라이 체인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탈원전 고집을 꺾는 것이 차선의 시나리오다. 문 정부 인사들 역시 소득주도 성장처럼 탈원전도 애초 취지와 어긋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용기다. ‘탈원전 60년’ 궤변 대신 피땀으로 쌓아 올린 ‘원자력 60년’ 의미를 되짚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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