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희, Expose and Disguise, 캔버스 위에 연필과 아크릴, 90×117.5㎝, 2018
유중희, Expose and Disguise, 캔버스 위에 연필과 아크릴, 90×117.5㎝, 2018
골프 드라이버인가 싶어서 유심히 보면 그냥 돌 이미지이다. 헤드와 호젤, 샤프트 등을 연상케 할 조건들만으로도 그렇게 보는 게 당연할 것이다. 특히 그쪽으로 취미가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리 느꼈을 것이다. 반전까지는 아니어도 모종의 감각적인 연출에 멋쩍으면서도 실없는 웃음을 살짝 짓게 하는, 그러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그림이다.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감각이 번득이는 것이 유중희의 회화 캐릭터이다. 맨밥에 미량의 양념만을 첨가한 격이지만, 의외로 풍미가 있는 요리를 맛보여 주고 있다. 평범하고 친숙한 돌 이미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낯선 절연의 허공에 놓였다는 것, 그리고 단순한 (작가가 주로 낙하하는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직선이라는 낯선 요소를 무심코 던졌다는 것. 여기서 수직선이 아닌 사선이어도 이미 그것들은 서로 강한 인력을 갖고서 결합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교과서적인 데페이즈망 범주의 두 이미지, 그것들의 결합은 간명하지만, 거기엔 의외로 많은 디테일이 직조돼 있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거친 것과 매끈한 것, 고정적인 것과 유동적인 것, 어두운 것과 밝은 것, 드러냄과 감춤 등…. 이것이 실제 오브제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림만 못하지 않았을까. ‘그림’이기 때문에 힘을 가지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리라.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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