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사안마다 추경 추진

무상교육도 정부예산 사용
“재정중독증” 비판 목소리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강원 산불 추경은 없다!’

9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추경 관련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밝힌 올해 추경의 방향은 △미세먼지 관련 과학적 측정·감시·분석 기반을 구축하고, 배출원별 획기적인 저감 조치 추진 △경기 하방 리스크(위험)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수출·투자 활력 제고를 위한 지원과 주력산업·신산업 경쟁력 강화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등 3가지다.

당정은 최근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올해 추경에 강원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예산을 포함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강원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예산은 현황 파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안에 편성되기는 어렵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이 추경 편성 방향을 밝혔지만, 경제계에서는 “추경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추경이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것이라면 예비비가 약 3조 원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필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강원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일단 예비비를 쓰고, 부족하면 추경을 편성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미세먼지와 강원 산불을 재해로 보고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과거의 전례를 살펴볼 때 3조 원 안팎의 ‘재해 추경’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겠다면서 미세먼지, 강원 산불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경기 활성화 사업도 넣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 활성화 추경은 미세먼지 등 재해 추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크다. 따라서 이번 추경은 겉으로 ‘미세먼지 추경’ ‘강원 산불 추경’의 모습을 띤다고 해도, 실제로는 ‘경기대책 추경’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올해 예산(총지출)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0.6%) 이후 가장 높은 상황에서 아직 예산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3∼4월에 경기대책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재정 중독증’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9일 민주당·청와대 등과 협의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해 재정(증액교부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재정 당국의 의무를 저버린 한심한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내국세의 정률(定率, 20.46%)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중앙 정부가 또다시 돈을 퍼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요즘 기재부는 청와대와 총리실, 민주당의 눈치만 보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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