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담화

베트남·몽골 등 바이러스 창궐
공포 조장 우려에도 선제 대응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관련해 긴급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이젠 시간문제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자칫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가격 하락에 힘든 돼지 농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정부는 방역에선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인근 국가들에서 ASF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여행객이 국내 입국 과정에서 휴대한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총 110건의 ASF 바이러스가 출현했으며, 베트남 211건, 몽골 11건, 캄보디아 1건 등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인근 국가에서 ASF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집중 기간을 종료했지만, 과거처럼 별도의 종식선언은 하지 않았다. 철저한 방역 태세를 갖춰도 바이러스가 언제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ASF 바이러스에 대비해 공항·항만 등에서 검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육가공 식품으로도 전파될 수 있는 데다 주변국에서도 확산하고 있어 국내 유입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ASF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에게도 옮기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은 아니지만 다른 전염병 바이러스와 달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돼지 감염 시 살처분 외에 대응방법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이유로 농식품부는 일찌감치 대국민 홍보를 통해 ASF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지만 국내서 발병하지도 않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로 고민해왔다.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 시점이어서 자칫 돼지고기 소비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농식품부 등 방역 실무자들의 회의 결과 바이러스 창궐 시 차단이 어렵고,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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