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유튜브에 올려 유포
신고땐 “네 팬이어서” 발뺌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여성을 불법 촬영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촬영이 허용되는 버스킹이라고 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행위는 불법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공연 중인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30대 남성 A 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24일 마포구 서교동의 한 길거리에서 피해자의 다리 부분을 확대해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진을 확인해 보니 다른 다수의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대문구에서도 버스킹 공연 중인 미성년자가 불법 촬영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서대문경찰서는 A 씨와 같은 혐의로 B(55) 씨와 C(3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근 홍대입구역 근처에 길거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불법 촬영이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모(여·21) 씨는 “이상한 아저씨들이 공연하는 여성들 치마 안이 보이게 찍는 걸 본 적이 있다”며 “당사자 허락 없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유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버스킹 그룹의 팬인 김모(35) 씨는 “지난달에 불법 촬영으로 경찰이 출동한 걸 봤다”며 “불법 촬영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공연 중 대기하는 팀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몰카를 찍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버스커들이 SNS상 유명인이 되면서 악성 댓글에 대한 걱정으로 불법 촬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버스킹 공연을 하는 이모(23) 씨는 “버스커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팬덤 문화가 생겼다”며 “동료 여성 버스커들이 피해를 당해 신고하면 ‘너를 좋아해서 찍는 건데 어떻게 신고를 하냐’는 등 악성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버스커들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촬영까지 허락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지하철 몰카(몰래카메라)는 불법 촬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버스킹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버스킹 그룹의 SNS에는 ‘자극적인 촬영을 금지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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