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 파주 장파초 교장
올해는 오카리나 보급·강습
사물놀이에서 악기 연주까지
전교생 아침마다 다양한 활동
급우 관계 좋아져 學暴 사라져
독서교육 덕분 감성도 풍부해
학교 인사말 ‘행복하세요’ 정해
볼때마다 나누니 정말 행복해져
학생들에게 직접 꽹과리·장구·북·징 등 네 가지 악기를 다루는 사물놀이를 지도하며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장 선생님이 있다.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취미활동이 필요하고 ‘1인 1악기’를 다루면 삶의 질이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 창의성도 쑥쑥 오를 수 있다는 교육적인 판단에서다. 그 자신 또한 오래전부터 색소폰, 피아노, 기타 등 다양한 악기에 관심을 두고 오래 동호회 활동을 해왔다. 전임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을 위해 노래교실도 운영했다. 지금도 입학식 때면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고 철마다 아이들과 고구마 캐기를 하며 고사리손에 맞춰 김장체험도 같이 한다. 학교에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 배경이다.
올해로 교직 생활 만 32년째인 이연호(56·사진) 경기 파주시 파평면 장마루5길 장파초등학교 교장이 주인공이다. ‘만능 예술 선생님’인 이 교장은 전교생 54명인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이자, 풍광이 수려한 임진강과 전원을 끼고 있는 장파초의 학생들과 항상 호흡을 같이한다. 음악, 예술, 놀이체육 등을 같이 하며 신명을 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교육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장파초를 찾은 이들이 ‘동화 같은 학교’라고 입을 모으는 게 괜한 공(空)치사가 아닌 셈이다. 아마 이런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일 터다.
이 교장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파초에는 지난해 3월에 부임했는데 학교 비전을 ‘사랑 속에서 즐거운 배움으로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장마루 배움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의 웃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과 어울려서 그런지 관리자라기보다 웃음이 맑은 이웃집 ‘아저씨’를 닮았다.
“저희 아이들 심성이 참 착하고 바릅니다. 웃어른도 공경할 줄 알고요. 제가 학교에 부임하고 인사말을 ‘행복하세요’로 정해서 매일 열심히 저부터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젠 선생님들부터 먼저 씁니다. 아이들, 학부모들도 만나면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를 주고받으니 다들 표정이 정말 행복하게 바뀌었어요. 또 다양한 독서논술교육을 통해 책 읽기 습관을 들이고 글쓰기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더니 감성도 풍부해졌습니다. 사물놀이부터 악기 연주 등 음악 활동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전교생이 아침마다 만나 다양한 놀이활동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급우 사이의 관계가 원만해 학교 폭력은 찾아볼 수 없는 학교가 됐다. 그의 교육철학이 올곧게 발현된 결과라는 게 선생님들의 평가다. 장파초는 문학과 예술 중심의 혁신학교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정받아 7년째 운영 중이다. 독서논술교육, 진로교육, 클린 생태체험 환경교육, 체력놀이 등 4대 중점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교장은 “이를 통해 심신이 고루 발달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은 물론,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그가 꾸준히 추진해온 교육철학의 결실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 하나. 지난해 11월 9일에는 아이돌 그룹 NCT 127 멤버인 태용, 정우, 재현과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등이 장파초를 찾아 ‘감사스쿨데이’를 열고 재능기부를 하며 학생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TV로만 보던 아이돌 멤버를 보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반짝반짝했다. 이는 아이들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16년부터 추진해온 선생님, 부모님에 대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에 3년 연속 빠짐없이 참여해 우수 참여학교로 뽑힌 덕분에 가능했다.
이 교장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우연이 아니다.
“초임시절인데, 한번은 홀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여자아이가 있었죠. 늘 배가 아프다고 해요.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아버지를 수소문했더니 바다에 고기 잡으러 갔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시내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더니 맹장염인데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호자로 나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했는데 그 아이가 장래 꿈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처럼 교사가 되면 좋겠다’고 격려했는데 20년 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됐고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는데 행복하다고, 그래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하더라고요. 기억에도 남고 보람도 느꼈죠.”
이 교장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기대, 또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항상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하길 바란다”고 했다. 모든 사물을 주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고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악기 하나쯤은 잘 다루면서 행복한 취미, 여가활동을 하고 어른이 돼서도 좋은 특기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교단에 처음 설 때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해 왔는데 올해는 오카리나를 보급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퇴임하기까지 늘 아이들과 가까이 있고 싶어요.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말이죠. 다정한 친구 같은 선생님? 제가 원하는 것이죠. 장파초 학생들이 워낙 순박하고 착해서 통상 2년이면 학교를 옮길 수 있는데 더 오래 있고 싶네요. 꿈을 더 심어주고 싶어요.”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