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 필리프 J 뒤부아, 엘리즈 루소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조용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책이라는데, 책의 몇 페이지만 읽어도 별다른 설명 없이 왜 주목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책은 조류학자와 철학자가 함께 썼다. 조류학자와 철학자의 만남이라니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 짐작이 맞다. 새의 자유로움, 때로 V자 대형을 만들어 날아가는 철새를 보면서 느끼는 그 고단한 성실함, 그리고 조류학자이기에 알 수 있는 우리가 모르는 새의 여러 면모들에서 찾아낸 새의 철학. 그 새의 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이다.

두 저자가 바라본 새는 묵묵히 자기 삶을 살아가고, 앞뒤 재지 않고 사랑하며 죽음을 앞서 생각하지 않고 지금을 완벽하게 살아내는 존재다. 1억5000만 년 전, 지구 위에 등장해 살아가고 있는 새의 비밀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새가 전하는 그 비밀의 한 조각에서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사유하게 한다.

이들은 새의 털갈이에서 상처와 실패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깃털이 빠지는 이유는 더 아름답고 튼튼한 깃털을 얻기 위해서다. 이는 소멸의 과정이기도 하다. 털갈이를 하는 동안 완벽한 깃털이 없이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해마다 자신을 새롭게 한다. 인간에게도 털갈이가 필요하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 감당하기 힘든 변화·실연·실업·죽음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새 날개가 돋듯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통에 직면하지 않고 상처를 거부하며, 충분히 슬퍼하지 않고 날개를 잘라 서둘러 고통을 덮어버린다. 날개가 잘리고 잘리다 결국 날아오르지 못하게 된다. 새의 털갈이처럼 슬픔과 고통, 그 소멸의 순간을 거친다면 새처럼 한없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치밀한 전략 없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새에게서 사랑의 원형을 발견한다. 의심과 의문을 품고,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상대의 마음을 해독하려 하며, 따지고 계산해 갈수록 사랑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새들의 사랑을 배우라고 한다. 순간에 집중하는 암탉의 목욕과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지금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새의 노래에서 ‘카르페 디엠’(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을 생각한다. 새들이 자신의 유한성과 존재의 덧없음을 모르지 않지만 현재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인다. “흔히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나중에 올 거라고 숱하게 생각하지만 나중은 때때로, 아니 늘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순간일 뿐이며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조류학자와 철학자, 두 학자가 썼지만 머리의 에너지를 많이 쓸 필요 없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읽는 것 자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사람 가득한 지하철, 어딜 가나 사람을 피할 수 없는 이 번잡한 도시 어딘가에서 읽어도 그곳을 새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숲이 되게 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200쪽, 1만3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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