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홍길동입니까? 3을 삼이라고 읽지 못하고 쓰리라고 읽어야 합니까?’ 2017년 4월 6일 새벽 4시 4분 문재인 대선 후보의 트위터 글이다. 앞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가 경영은 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로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5G’를 ‘오지’라 하지 않고 ‘파이브지’라고 했다. 취재 기자에 따르면 그 횟수가 28번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개월여 뒤인 7월 28일 청와대에서 7개 기업 총수와 만났을 때, 오지 통신 준비 잘 돼 가느냐고 했다가 ‘파이브지 아닌 오지’라 한다는 구설에 오른 적이 있어 이 발언에 이목이 더 집중되는 것이다.
우리말 속의 ‘외국어 읽기’는 한자 세대냐 영어 세대냐에 따라 나뉘는 것 같다. 환태평양무역협정의 영문 약어 ‘TPP’를 읽는 방식을 보면 이해가 쉽다. 한자 세대는 대개 ‘티피피’로 읽지만, 영어에 익숙한 세대는 대체로 ‘티더블피’로 읽는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다. 읽기 나름이다. 하지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문사에는 저마다 내부 표기 규정을 두고 있다. 영문과 숫자가 결합된 ‘top 10’의 경우 ‘톱십’으로 읽지 않고 ‘톱텐’으로 읽도록 한다. 다만, 여기에 예외가 있다. 숫자가 11 이상인 경우 우리말로 읽는다는 점이다. 즉, 엠십육(M-16) 소총이나 에프삼십오에이(F-35A) 전투기라고 읽는다. 이렇게 보면 ‘5G’도 ‘파이브지’로 읽는 게 맞는다. 5G의 경우 우리말로 읽든 영어로 읽든 조사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주요 3개국을 가리키는 ‘G3’의 경우 ‘지삼’으로 읽느냐 ‘지스리’로 읽느냐에 따라 뒤따르는 조사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런 시시콜콜한 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도 쉽잖은 영문 + 숫자 읽기는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도 적극 관심을 가지고 어문정책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신문 기사에서 영문 표기가 급격히 늘어날 건 뻔하다. 그리고 현세대보다 더 영어가 자연스러운 다음 세대들의 시대에는 모든 영문 + 숫자를 영어로만 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는 한글 전용 신문이 아니라, ‘한영 혼용’ 신문을 읽게 된다. 이번 ‘오지’ ‘파이브지’ 논란은 신문의 영문 표기 남용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