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고도의 실무회담임을 고려하더라도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아쉬움이 많다. 우선, 회담 전부터 ‘부인 동반 단독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 실제로 단독 회담은 사실상 없었다. 그나마 회담이라기보다 기자회견에 가까웠다. 양국 정상 부부가 함께하는 회담에 앞선 공개 발언 및 문답이 취재진을 상대로 27분 동안 진행됐고, 정작 단독회담은 단 2분에 그쳤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튀는 스타일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외교적 무례를 당했다.
두 정상의 입장에도 차이가 많았다. 회담에 앞서 청와대와 정부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방미해 사전 조정을 했지만, 당면 현안에 대한 조율을 제대로 못한 결과일 것이다. 첫째,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미·북 3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통한 ‘톱 다운’ 방식의 합의 시도를 희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시기보다 북한 입장 변화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둘째, 문 정부가 희망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고 선명하게 밝혔다. 셋째,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 수준의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밝히고,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부연까지 했다. 북핵 폐기와 제재 해제의 단계적 이행을 의미하는 스몰딜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은 빅딜을 얘기하고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가까운 시일 내 방한 초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 없이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물을 보면, 도대체 왜 미국을 방문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약속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획기적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결코 대북 제재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한 사실이다. 두 정상은 북핵 폐기의 최종적 상태, 즉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 문서로 북한에 전달한 요구도 공유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대북 제재와 한·미 공조를 둘러싼 엇박자가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