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tvN과 JTBC 등에 밀려 고전하던 지상파 드라마가 최근 분전하는데, SBS ‘열혈사제’와 더불어 원투펀치 역할을 하는 것이 KBS ‘닥터 프리즈너’다. 15% 내외의 시청률로 한 자릿수인 동 시간대 수목극 시청률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다.

첫 회부터 완성도와 몰입감이 심상치 않았다. 미술비만 20억 원을 들였다는 영상미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를 곧바로 사로잡았다. 요즘 젊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채널을 더 선호하고 지상파 방송사엔 부정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지만, ‘닥터 프리즈너’의 인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였다. 과거엔 지상파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사라졌는데 그렇다고 케이블 프리미엄이 생긴 것도 아니다. 이젠 그 어느 채널도 기득권을 갖지 못한 채 각각의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방송사에 상관없이 좋은 콘텐츠가 나타나면 즉각 반응한다. KBS에 채널을 고정해놓고 하루 종일 관성적으로 시청하던 그런 시절이 아니라, 콘텐츠에 따라 채널을 널뛰기하는 시대인 것이다.

지상파는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KBS는 ‘하나뿐인 내 편’ ‘왜 그래 풍상씨’ 등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긴 했지만 전혀 화제를 모으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통적인 가족극 형태를 답습해 젊은 시청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얼마 전 KBS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간 파동’이었다. 주말, 일일, 수목 드라마에서 동시에 간이식이라는 설정이 등장했던 것이다. 장기 이식은 가족 간의 사랑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다. 이런 장치가 남발되는 것은 얼마나 KBS 드라마가 타성에 젖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고, KBS엔 질타가 쏟아졌다. 젊은 층의 외면으로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KBS 드라마가 ‘닥터 프리즈너’로 부활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축출된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돼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초반은 교도소의 왕이며 한국 사회 최상류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존 의료과장 선민식(김병철 분)을 나이제가 밀어내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한국 사회의 심연이 등장한다. 교도소 의료과장이 뭐라고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단 말인가? 한국 사회 최상류층이 수시로 교도소에 가는데 의료과장이 바로 그들의 형집행정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선민식이 대형병원 의사들과 짜고 병을 만들거나 진단서를 조작해 상류층의 구세주가 된다는 설정이다. ‘범털’에게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교도소 의료서비스와 그들이 복역하는 특별사동의 별천지 같은 모습도 그렸다. 상류층의 일탈과 그들에 대한 특혜가 만연하다고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야유다.

초반엔 나이제와 선민식의 대결이 박진감 넘치게 이어졌다. 그게 식상해질 때가 되자 지난주에 대재벌 후계자가 ‘끝판왕’으로 등장해 또 다른 국면을 예고했다. 모든 회의 마지막 장면에 날카로운 효과음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력도 특기할 만하다. 남궁민과 김병철의 열연도 극을 이끈 힘이다. 이 작품의 분전은 뉴미디어에 대한 지상파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콘텐츠 전쟁에 불이 붙었다. 바야흐로 난세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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