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통계청이 지난 11일 내놓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분배지표 확대 제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 온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우리나라 소득 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통계청이 이번에 내놓은 소득분배지표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팔마 비율(Palma ratio)’이다. 팔마 비율은 호세 가브리엘 팔마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소득 불평등 지표다. 소득 상위 10% 인구의 소득 점유율을 하위 40% 인구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값이다. 지니 계수, 소득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 인구의 소득 점유율을 하위 20% 인구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값)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소득 불평등 지표로 분류된다.

통계청이 사상 최초로 발표한 팔마 비율(처분가능소득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팔마 비율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74배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42배로 지속해서 하락했다. 팔마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그 뒤 2016년에는 1.45배로 소폭 높아졌지만,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이자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1.44배로 다시 떨어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같은 보수 정부에서는 소득불평등도가 악화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국민의 표(票)를 얻기 위해 복지 제도를 확충하다 보면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통계청의 이번 발표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주성의 성패(成敗)를 판단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했기 때문에 2017년 결과를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 어느 한쪽으로 귀속(歸屬)시키기 어렵다. 물론 일부에서는 지난해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의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사상 최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연간 팔마 비율도 매우 악화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주성이 소득 분배에 미친 영향은 통계청이 오는 12월 내놓을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통해 최종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일자리와 분배를 위해 수십조, 수백조 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은 문재인 정부에서 팔마 비율을 비롯한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온다면 어느 누구도 소주성을 더 이상 변호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청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분배지표 확대 제공’ 자료를 배포하고 기사가 나간 뒤 11일 오전 10시 15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팔마 비율 순위 등을 담은 추가 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추가 자료에서 외국의 경우 2014년, 2015년, 2016년 통계가 뒤섞여 사용됐고, 그 수치를 이번에 내놓은 우리나라의 2017년 수치와 비교한 뒤 “우리나라 팔마 비율은 OECD 가입 36개국 중에서 30위”라고 밝혔다. 물론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통계 발표 주기가 달라서 이런 자료를 내놨겠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haedong@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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