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수, death-life, 300×200×450㎜, 혼합재료, 2017
고봉수, death-life, 300×200×450㎜, 혼합재료, 2017
조각가 고봉수의 작업에는 널리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전형 혹은 전범(典範) 이미지가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전 건축물,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의 조각품들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고전이자 전형적인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기울어져 있다거나 거꾸로, 혹은 다른 이질적 요소들과 조합된 채로 등장하는 상황이 친근하지는 않다.

이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왜곡과 재구성으로 역사적 대상의 위엄과 권위를 격하시키는 코믹 코드의 탈신비화, 즉 패러디가 그 하나이다. 다른 한편에는 역사적 배경이나 재료, 형태, 색조 등에서 생경하고 이질적인 조합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의 바다로 이끄는 초현실적 데페이즈망(depaysement) 양식이 있다. 작가는 이 두 양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유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인체 조각 작품을 쿠킹포일로 싼 것이다. 보통은 음식물의 임시적·편의적 보관 용도의 재료인데, 조각작품을 래핑하고 있다. 예술작품은 소중하다는, 신비스러워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화려한 반짝임의 이면을 들추려는 것일까.

“반짝이는 것은 구겨진다…오랜 시간 / 반짝이는 것을 통째로 믿은 적이 있었다 / 그 팽팽하던 마음 끝자리 / 구겨진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 / 하지 못했다…”(서석화, ‘쿠킹호일로 만든 세상’)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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