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역대 인사청문회는 시끄럽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의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 및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도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꼬집었지만, 인사 검증 문제를 보면 현 정부도 제도적 개선 없이는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더욱이, 정해진 임기 없이 1∼2년마다 교체되는 장관들과는 달리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보다 긴 6년의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신중한 임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관의 임명과 관련해 연속해서 도덕성 시비가 벌어지고, 그런데도 임명 강행이 시도되는 데 대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나마 대법관의 경우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同意)를 얻어 임명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헌법재판관의 경우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헌법 규정이 없다.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수를 9인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대통령이 지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그리고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채우도록 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기관들이 각기 3인의 헌법재판관을 결정하므로 다른 기관의 결정에 대해서는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이 9인의 재판관 중 압도적 다수의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3인 외에도 여당 몫의 1∼2인,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되는 3인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재판관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로 인해 최근의 개헌 논의에서도 헌법재판관의 임명 방식 변경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력했다.

그러면 개헌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 방식의 변경이 불가능한가? 그렇지는 않다.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선 바꿀 수 없지만, 그 밖의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 해석의 변화를 통한 헌법 변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현행 헌법상 열려 있는 것이지, 금지돼 있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여야의 합의를 통해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함으로써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더라도 이를 위헌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점은 과거처럼 여당은 무조건 찬성,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인사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이며, 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를 먼저 법률로 정해 놔야 한다. 후보자에 따라서 기준이 수시로 바뀌는 인사 검증 및 인사청문은 그 도입 취지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합의된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자인지 여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인사청문회가 돼야 하며, 이러한 평가의 결과에는 구속력이 인정돼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주장하던 현 정부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인사권을 지렛대로 활용해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미국식 대통령제를 통해 분권(分權)과 협치(協治)를 실현하겠다던 정부가 정작 미국식 인사청문 제도를 실질화하는 데 소극적인 것을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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