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이 2012 런던올림픽 탁구 시상식에서 국가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2012 런던올림픽 탁구 시상식에서 국가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6일 오후 영결식에 이어 경기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 안장됐다. 아버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어머니 김정일 여사도 이곳에 안장돼 있다.

대한탁구협회 이유성 부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영결식에 맞춰 추도사를 보내왔다. 이 부회장은 탁구인들과 힘을 합쳐 조 회장이 마지막으로 공을 들인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훌륭하게,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면서 조 회장의 편안한 영면을 빌었다.


조양호 회장님이 스포츠에 적극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2008년 7월28일, 당시 2008 베이징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대한탁구협회장이 공석이 되는 위기의 상황이었다. 회장님은 탁구인들의 간절한 추대에 대한탁구협회 회장에 취임하셨다. 그 전까지 나는 회장님이 대한항공이 보유한 탁구단과 배구단을 제외하고는 스포츠 활동과 지원에 별 관심이 없으시지 않나 생각했지만, 협회장 취임 후 회장님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됐고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다.

회장님은 스포츠인을 ‘전문가’ 로 인정하셨다. 평소 운동선수도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분야 사람들보다 훨씬 일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회장님은 그래서 공부하는 선수를 강조하셨다. 현역 은퇴 후 진로도 생각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래서 의욕이 있는 선수 출신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현정화 감독에게 유학을 권하시며 자신의 모교인 미국남가주대(USC)에 입학할 수 있도록 주선하셨고, 국제올림픽(IOC) 선수위원이 된 유승민의 능력을 높이 사 흔쾌히 유학지원을 하셨다. 빙상의 이승훈, 모태범에게도 영어공부를 하라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복싱선수 출신 이형석이 법학을 전공한다는 말을 들으시고 스포츠 전문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라고 지시를 내리시고,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인 후원을 해 주셨다. 선수들에 대한 살가운 애정도 여러 번 느꼈다. 은퇴하려던 탁구의 김경아 선수를 한 번 더 붙잡아 뛰게 했는데 이후 서른이 넘은 김경아 선수가 임신이 잘되지 않자, 당신 때문인 것 같다며 임신을 위해 전문 클리닉을 알아보도록 하고 비용도 내주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2012 런던올림픽 때다. 회장님께서 약 15일간 런던 현지에 머무시며 대표선수들을 격려하시고 경기를 응원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시면서 관중석에서 힘찬 응원을 하시던 모습, 그리고 남자단체 결승에서 중국에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획득하자, 시상식에서 침울해 있던 선수들을 오히려 격려하시며 함께 사진을 찍고 좋아하시던 그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회장님은 스포츠 과학에도 관심이 높으셨다. 회장님은 탁구 세계최강인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방안으로 과학적인 시스템 개발을 지시하셨다. 선수 영상분석시스템과 과학적인 훈련시스템 구축에 많은 지원을 하셨다. 회장님께서는 나를 보실 때마다 국가대표 훈련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상대팀 분석 등 과학적인 훈련이 제대로 되고 있는 지를 수시로 물으셨다.

과학적인 선진 훈련시스템과 공부하는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라며 2016년 4월, 미국 USC 스포츠센터 방문기회를 마련하셨고 탁구협회 임직원 및 국가대표 감독들이 견학하게 하셨다. 또한 미래에 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도록 차세대 국가대표선수 육성 시스템을 협회가 만들어 가야 하며, 신유빈, 조대성 등과 같은 유망주 선수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우수선수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셨다.

회장님은 남북 단일팀 등 스포츠 교류에도 적극적이셨다. 이로 인해 2018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 단일팀 구성, 각종 오픈대회에서의 남북선수 복식조 참가, 코리아오픈에 북한선수단 초청 등 남북 스포츠교류 활성화에 탁구가 많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유치는 결국 회장님의 마지막 업적이 되고 말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60만km 이상을 누비며 결국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그때와 같이 회장님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직접 국제탁구연맹 회장을 만나 한국 개최의 당위성을 설명하셨고, 각국 협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앞장을 서신 결과, 한국 탁구계의 염원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를 부산에 유치하게 되었다.

이제 회장님은 떠나셨지만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이전 어느 대회보다도 훌륭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 선수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남다르셨던 회장님께서 떠나신 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회장님께 올림픽 금메달을 보여 드리지 못한 것,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 부산 개최를 보시지 못하고 떠나신 것이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이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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