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재선 캠페인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에너지 공업지대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 10일 텍사스주 크로스비를 방문해 환호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면서 세일오일 진흥 및 불법이민 차단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0년 재선 캠페인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에너지 공업지대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 10일 텍사스주 크로스비를 방문해 환호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면서 세일오일 진흥 및 불법이민 차단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공화·민주당, 러스트벨트에 화력 집중

트럼프, 위스콘신 등 3개주서
지난 대선때 모두 승리했지만
중간선거선 다시 민주에 내줘

美우선주의·보호무역정책에도
노동계층 삶 개선없자 실망한탓
GM공장 유지·국경폐쇄 연기로
백인 노동자들 표심잡기에 나서

민주당도 블루칼라 흡수에 총력
3개주에 선거자금 1억달러 투입


미국 법무부가 오는 18일 ‘러시아 스캔들’(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 내통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보고서 편집본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워싱턴 정계는 2020년 대선에서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될지에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4페이지 분량의 뮬러 특검 보고서 요약본 공개 이후 처음으로 갖는 대규모 유세 지역으로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랜드래피즈 밴 앤덜 아레나에서 가진‘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행사에서 “그랜드래피즈는 2016년 대선 때 선거 전날 가졌던 마지막 나의 유세 지역이다. 기억하는가”라며 “유세는 밤을 넘어 선거날 아침까지 계속됐다”고 외쳐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난 14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유세에서 청중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난 14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유세에서 청중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어 “3년간의 중상모략 끝에 사기는 사망했다. 마녀사냥은 대선 패배자들이 불법으로 권력을 되찾으려고 만든 계획이었다”며 “민주당과 가짜 뉴스 언론,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 또는 기득권 세력)는 2016년 대선 결과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뮬러 특검 보고서 편집본이 제출되더라도 ‘증거불충분 무혐의’ 결론을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러시아 검은돈’의 지원 및 탈세 의혹을 물고 늘어진다는 계획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선전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장지대) 지역 승리 여부에 따라 재선 실패와 성공이 갈릴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러스트 벨트 대표지역인 미시간과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아이오와 등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 대선 시계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경고등 켜진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 지지율=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최근 ‘2018년 50개 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보고서를 내놓았다. 1년간 7만3000여 명을 상대로 한 지지율 조사 추이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상인 주는 캔자스, 유타 등 17개 주로 조사됐고, 지지율이 40% 미만인 곳은 캘리포니아, 뉴욕 등 16개 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조사에서 지지율 50% 이상인 주가 12개, 40% 미만인 주가 17개 주였던 것에 비하면 지지율이 개선된 것이다. 문제는 대선을 1년 7개월 남긴 시점에서 이 지지율로는 재선을 장담하기 이르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변화가 있겠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로는 대선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확보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이 갤럽의 분석이다. 지지율 50% 이상 주의 경우 선거인단 수는 102명인데 반해 지지율이 40% 미만 주의 경우 선거인단 수는 201명이다. 갤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지율 41~49% 사이 주 중 한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해야 하는데 관건은 2016년 대선 때 승리를 차지했던 텍사스(41%),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이상 42%), 애리조나, 플로리다(이상 43%) 등 6개 주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는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수성에 확신을 갖기 위험한 상태다.

이들 6개 주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주목하는 곳이 러스트 벨트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 등 3개 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6만8000표, 위스콘신에서는 2만7000표, 미시간에서는 1만1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3개 주를 승리하며 확보했던 대선 선거인단은 46석이다. 이 3개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하기 전인 1992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치러진 6차례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파란 벽’(Blue Wall·민주당 지지가 견고한 지역) 18개 주 중 일부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지역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이 3개 주 모두 주지사 선거를 민주당이 승리했다. 러스트 벨트이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이 다시 민주당 쪽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 벨트 지역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를 겨냥해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등에도 이 지역 노동자의 삶이 뚜렷하게 개선된 기미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미국인 노동자의 평균 주급은 1055달러(약 120만 원)로 전년 동기에 비해 3.3% 상승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 노동자 주급은 평균 1031달러로 미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상승률은 3.0%에 그쳤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이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미시간 노동자 주급은 평균 991달러(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 위스콘신 노동자 주급은 901달러(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에 불과했다.


그 동안 공화당의 불만에도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국경장벽 예산 관련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 마이웨이 행보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전국민건강보험법(ACA·오바마케어) 폐지와 남쪽 국경 폐쇄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러스트 벨트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다. 오바마케어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공화당 자체 건강보험법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통과도 어렵고 자칫 민주당의 역공을 부를 수 있다는 공화당 지도부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오바마케어를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손볼 경우 건강보험 미가입자 수가 향후 10년 내 24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후폭풍은 소득이 낮은 러스트 벨트 지역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쪽 국경 폐쇄에 대해 1년 시한을 주며 한발 물러선 것도 러스트 벨트 일자리 타격을 우려한 때문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미국-멕시코 간 국경 폐쇄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인 500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의 북미 공장 폐쇄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던 것도 러스트 벨트 지키기의 일환이다. GM이 미시간 오리온 공장에 30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설비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시름을 던 상태다.


◇민주당의 러스트 벨트 탈환 희망=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빼앗겼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주를 탈환해야 대선에 승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 탈환을 위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블루칼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줬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는 등 러스트 벨트 표심 관리에 안일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민주당은 이 지역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프라이어리티스 USA’는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에 1억 달러를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선거 지원 요원 확보와 선거 광고 등에 사용된다. 조시 시워린 프라이어리티스 USA 공보국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는 대선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확보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중심축 4개 주 중 3개 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1개 주는 플로리다로 꼽았다. 공화당 분석회사인 옵티머스가 이들 3개 주 유권자 중 2016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옮겨왔던 이들이 다시 2020년 대선에 민주당으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도 민주당이 희망을 갖는 요인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공화당 전통 강세 지역인 선 벨트(태양이 비치는 남부지역)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가 약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애리조나 3개 주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을 점해야 중서부 지역에서 공화당에 빼앗기는 표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3개 주의 대선 선거인단은 42명이다. 프라이어리티스 USA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애리조나 3개 주를 2차 공략지역으로 삼고 자금을 투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은 또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거물 테드 크루즈 의원과 박빙 승부를 펼쳤던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 선전에 텍사스 공략 가능성도 계산 중이다. 민주당이 이 지역 공략을 자신하는 것은 선 벨트 지역에 민주당 지지층인 남미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텍사스와 조지아, 애리조나 3개 주는 30세 이하 인구 과반수를 비(非) 백인계가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러스트 벨트 탈환과 선 벨트 공략이라는 민주당의 전략이 예상대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NYT는 “2016년 대선 이후 일부 지역에서 백인 블루칼라 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개선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백인 블루칼라 층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비 대학 졸업 백인의 61%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보였는데,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66%보다 떨어지기는 한 것이지만 민주당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장벽 건설 조치에 들어간 것이나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전격 경질 등을 통해 반이민정책 강도를 높이려 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 선 벨트 공략 전략에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정책은 미국 노동자 일자리 보호와 국민 안전 문제가 핵심이지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공화당 집권이 어렵다는 인구학적 분석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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